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 중인 쿠릴 4개섬(북방영토)을 놓고 담판에 들어갔다.
러·일 정상회담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일본이 막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대가로 러시아가 북방영토 문제에서 양보하는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변수’가 돌출해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전용기를 타고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일본 야마구치현을 방문해 러·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16일 오후에도 도쿄에서 한 차례 더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협력이고, 일본은 쿠릴 4개섬 반환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 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일본 등 G7(주요 7개국)의 대러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석유 등 자원 가격도 떨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지난 5월 경제협력 카드를 앞세워 러시아에 접근했고, 대가로 쿠릴 4개섬 반환 협상을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7의 결속을 강조하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은 영토 문제도 중요하다”며 밀어붙였다.
일본은 1855년 러·일 통상우호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섬이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문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조약(1951년)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맞서고 있다.
경제적 압박을 받던 러시아는 일본의 제안을 크게 환영했다. G7의 대러 제재 공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후 양국 정부의 경제협력 분야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일본은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과 관련해 에너지 개발 등 8개 분야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이 제안한 사업이 1조엔(약 10조2770억원)을 넘는 규모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쿠릴 4개섬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러시아인에 대한 일본의 비자발급 요건 완화 등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일본의 바람대로 흘러가는 듯했던 분위기는 친러시아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일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호감을 내비쳤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나섰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일본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G7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도 최근 강경해졌다. 이달 초 자국에서 진행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본뿐”이라며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1956년 러·일 공동선언에 담긴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2개 섬을 일본에 인도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나머지 2개섬까지 거론하는 것에 대해 “공동선언의 틀을 벗어난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마지막까지 ‘빅딜’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야마구치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쿠릴 4개섬의) 옛 섬 주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견고하게 가슴에 새긴 채 일본 대표로서 교섭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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