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공 들여왔던 러시아와의 영토협상이 일단 구체적인 알맹이 없이 마무리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 현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터라 이번에 어떤 성과를 낼지가 관심거리였다.일본에선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4개 섬의 일괄 '반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인도한다"고 명시된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두 개 섬을 인도받는 방안이 회담을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거론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외무상으로 재직했던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의 유지를 잇겠다며 그동안 러시아와의 영토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공을 들여왔다.
아베 신타로는 재직 시절 구소련에 영토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1990년에는 자민당 방문단장 자격으로 소련을 방문, 영토협상과 관련해 8개 항목의 지원책을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출발이 늦어져 회담이 당초 예정보다 2시간 늦어지자 야마구치 현 나가토(長門) 시 인근에 있는 부친의 묘를 찾아 회담을 성공시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때 착용해 이른바 '승부넥타이'로 불리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일본 언론들은전했다.
온천료칸(旅館·일본식 고급 호텔)에서 열린 첫째 날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오늘은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전 섬 주민의 자유 방문, 4개 섬에 양국의 특별한 제도하의 공동경제활동,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만 짧게 설명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영유권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사 공동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이미 4개 섬의 주권을 강조해 온 러시아와 양국의 법 제도가 모두 적용되는 일종의 '특별구역'을 생각하는 일본과의 입장차를 어떻게 좁힐지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공동 발표가 예고된 16일 회담에선 영토문제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양 정상은 문제의 지역에서 "공동경제활동에 나서되, 특별한 제도에 근거해 러일간 평화조약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영토문제 해결방안은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그간 일본에선 러시아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영토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른바 러시아의 '먹튀' 논란도 제기됐다. 러시아가 원하는 경제협력 방안에 양국 협의의 초점을 두고 일본이 바라는 영토문제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쿠릴 4개 섬 중 에토로후(擇捉)에 거주했던 87세의 한 일본인은 NHK에 이번 회담에서 영토협상과 관련해 "솔직히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연말 외교에 박차를 가해 왔던 아베 총리에게 이번 회담 성과는 그동안 들인 노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오는 26~27일에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년 12월 7일) 피해자를 추도하고 내년 1월 하순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영토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은 NHK의 이달 여론 조사 결과 11%에 불과한 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지만 연말뿐 아니라 내년도 아베 총리의 정국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TV 카메라 앞에서 "(북방영토) 옛 섬 주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견고하게 가슴에 새긴 채 일본 대표로서 협상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다.
그러나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 3천억엔(약 3조원)대의 경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과 관련한 후속 협상을 포함한 언급은 이번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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