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14 김진명 기자)
- 20일 떠나는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기자회견서 소감 전하며 울컥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거짓말… 한국 야구 보려고 앱도 깔았죠"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국에 영원히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새롭고 흥미롭고 놀라운 일이 많으니까요."
2014년 10월 부임한 마크 리퍼트(43) 주한 미국 대사가 20일 임기를 마치고 이한한다.
리퍼트 대사는 13일 서울 정동 관저에서 가족과 함께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년 11월 태어난 딸 캐럴라인 '세희'는 아내 로빈 여사의 품에 곤히 잠들어 있었고 아들 제임스 윌리엄 '세준'(2)은
회견장 안팎을 뛰어다녔다. 리퍼트 대사는 "두 아이를 한국에서 낳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 국민이 저희 가족을 받아주셨다. 세준이의 백일잔치나 돌잔치 때 여러분이 오셔서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왼쪽) 주한 미국 대사가 13일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아들 제임스(세준)군을 안고 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내 로빈 여사도 딸 캐럴라인 세희양을 안고 회견장에 나왔다. /연합뉴스
이날 리퍼트 대사는 "오는 20일 미국으로 떠난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에 한국을 떠나라는 국무부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북핵 공조, 한·미 FTA 이행 등 그간의 양국 관계를 잠시 회고했다.
"한·미 동맹은 역사상 최고의 상태"라고 강조한 리퍼트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양국 관계 전망에 대해
"여러 도전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위안부·사드 문제 같은 외교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적지 방문,
대구 치맥페스티벌 참석, KBS 드라마 시상식 참석 같은 개인적 경험을 많이 풀어놓았다.
2015년 3월 피습당했던 일과 작년 6월 미국 대사로서는 36년 만에 전남대를 방문했던 일도 거론했다.
리퍼트 대사는 "수영해서 한강을 건넌 게 가장 재미있었다"며 "(한국) 야구장에 가보기 전까지는 한국인들이 치킨을
그렇게 많이 먹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부임 당시) 사람들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란 책을 읽으라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어요. 한국은 조용하지 않고 항상 뭔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리퍼트 대사는 "(귀국 후) 한국 야구를 못 볼까 봐 이미 (시청이 가능한) 앱을 다운로드해 뒀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육아법이 어떻게 다르더냐"는 질문에 로빈 여사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며 "차이점이라면 세준이가
뽀로로를 무척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기자회견 말미로 갈수록 목이 메었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도 훔쳤다.
"한국에서 겪은 여러 순간이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어로 또박또박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방한 때 한국어로 했던 구호를 외쳤다.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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