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다코타주(州)의 셰일오일 생산지 바켄 유전지대는 황량했다. 제임스 딘 주연의 1950년대 영화 ‘자이언츠’에 나오는 메뚜기(시추시설)가 가득한 평원을 기대했으나 넓은 땅에 띄엄띄엄 서 있었다. 가도 가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카리 커팅 노스다코타원유협회 부회장은 “셰일오일은 수평 시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을 적은 설비로 채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켠에 몰아놓은 시추시설에서는 땅 밑의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그 옆에서는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 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셰일오일 및 가스 생산 2위, 귀리와 옥수수 등 9개 농작물 생산 1위 지역이다.
‘막 오른 트럼프 시대…America First 현장을 가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 미국 중서부를 도는 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역전극을 펼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트럼프는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이곳 시민들은 트럼프가 그동안의 모든 적폐를 일소하고 미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부활시킬 적임자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거드는 사람은 ‘눈총’을 맞았다.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해킹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워싱턴DC나 서부지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미국 주류 언론들이 대통령의 품격을 거론하며 공격하는 트럼프 당선자의 트위팅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잠도 안 자고 새벽이고 밤이고 나라를 걱정하면서 글을 쓰는 게 무슨 문제냐”(중소기업 경영인)고 반문하는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
같은 중서부지만 시카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금융 중심지이며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인지 트럼프는 금기어처럼 취급됐다. 이런 갈등적 구도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상당 기간 봉합되기 힘든 것처럼 느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저성장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미국의 민낯이었다.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린 결론은 ‘경제 성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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