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화가 났다. 중국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자들이 긴장하는 동안 유럽연합(EU)은 충격에 빠졌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직전 지구촌이 트럼프와의 밀월이냐 견제냐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들은 16일 트럼프 시대의 ‘외교 전쟁’을 집중 조명하면서 “트럼프의 시대가 오자 불확실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8년간 이어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완전히 뒤엎었다. 37년간 이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은 훼손될 조짐이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멕시코에는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를 치켜세우고, EU 체제 존재 이유를 부정하면서 ‘분열의 치어리더’ 역할을 도맡았다.
트럼프는 전후 수립된 세계 질서를 난도질하는 모양새다. 핵무기 위협을 가하는 북한에 대해선 선제 타격 가능성을 내비쳤고 한국과 일본 등 군사동맹으로 묶여 있는 우방국들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태세다. 나토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등 미국이 속한 무역·통상 벨트마저 느슨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외관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도발적으로 모호하게 흘리고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예컨대 중동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러시아, 시리아 뱌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손잡겠다고 주장했지만 알아사드의 최대 후원국인 이란을 겨냥해 핵협상 파기라는 강경책을 내놨다. 이스라엘 극우파 인사를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지명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촉발시킬 조짐이다. 터키나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은 트럼프의 중동 정책에 희망을 걸고 우방을 자처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NYT는 “그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은 모두 예견하고 있었지만 그의 메시지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정책으로 이어질지 명확하지 않다”며 “트럼프가 비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곤 누구도 트럼프가 향하는 곳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관계의 오래된 명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연일 쏟아내는 강도 높은 펀치에 ‘샌드백’이 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 쪼개기’에 나선 트럼프를 두고 “EU는 외부의 충고가 필요 없다”며 “유럽은 고유의 이익과 가치를 토대로 유럽의 길을 결정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며 “EU 27개 회원국과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테러와 전쟁을 포함한 미래 도전에 맞서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덴마크 외무장관 앤더스 사무엘센은 “트럼프는 트위터 외교에서 거리를 두고 현실에 집중하라”고 일침을 날렸다.
워싱턴포스트는 EU 내 비중이 큰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이 3월 이후 연달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식 ‘신고립주의’와 반(反)이민주의의 물결이 유럽대륙을 가르며 요동친다면 이들 국가의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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