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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9] 글로벌 디밍(Global Dimming)

바람아님 2013. 8. 26. 09:46

(출처-조선일보  2009.10.20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지구온난화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거의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지만 '글로벌 디밍(global dimming)' 즉 '지구차광화(地球遮光化)'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화석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기체가 발생하여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만, 아울러 이산화황, 매연, 미세 먼지 등을 만들어내 구름의 속성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구름은 먼지나 꽃가루와 같은 공기 중의 미세입자에 작은 물방울 입자들이 들러붙어 만들어진다. 그런데 오염된 공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름에는 미세입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태양광을 그만큼 더 많이 외계로 반사한다. 지구차광화가 진행됨에 따라 충분한 태양 광선이 지구의 표면에 다다르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지구차광화를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항공기 배기기체로 인해 생성되는 비행운도 의심을 받고 있다. 아무리 비행기가 많이 날아다닌다지만 그 정도로 영향을 미칠까 의구심이 생긴다면 기상학자들이 우연히 관찰한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직후 3일 동안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 3일 동안 놀랍게도 지구의 온도가 무려 1도나 올라갔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통계청은 한반도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12~2005년 동안 세계 평균 온도는 0.74도가 증가했는데 우리나라의 기온은 1912~2008년 동안 1.7도나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 이어서 나온 우리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도시의 열섬 효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지구차광화도 원인의 하나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지구차광화의 진전만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자칫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금년 여름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녹은 것도 1970년부터 세계 각국이 채택한 대기오염방지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와 서울시의 꾸준한 노력으로 대기질이 향상됨에 따라 한반도의 기온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싶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이제 워밍과 디밍을 함께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