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119에 전화하면서 남자의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를 젖혔다. ‘기도를 확보하는 게 맞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나? 실수하면 어떡하지?’ 여러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한 명도 날 도와주지 않는지 원망 섞인 눈물이 절로 흘렀다. 내겐 희귀병을 앓는 친구가 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발작은 예고 없이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친구의 부모는 숨이 막히지 않게 기도를 확보하려 애썼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그 자리를 피하기 급급했다.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개찰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나만이 남자를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보다 도덕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친구 덕분에 나는 그 남자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엔 긍정보다는 부정이, 칭찬보다는 비난이 만연하고 있다. 공감을 잊어 갈수록 우리는 점점 ‘인간다움’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다르다, 같다, 틀리다, 맞다’는 가치 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타인, 특히 약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름이 갈등이 아닌 화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가 있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말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는 공감해야만 한다.
노현서 성신여대 법학과 3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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