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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당신은 공감할 수 있나요

바람아님 2017. 2. 25. 23:29
중앙일보 2017.02.25 03:11
노현서성신여대 법학과 3학년
어느 날 지하철 개찰구에 서 있는데 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고 입에선 거품이 나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힐끔 보고 바쁘게 제 갈 길을 갔다. 내 뒤에 있던 교복 입은 학생은 “대박”이라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급하게 119에 전화하면서 남자의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를 젖혔다. ‘기도를 확보하는 게 맞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나? 실수하면 어떡하지?’ 여러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한 명도 날 도와주지 않는지 원망 섞인 눈물이 절로 흘렀다. 내겐 희귀병을 앓는 친구가 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발작은 예고 없이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친구의 부모는 숨이 막히지 않게 기도를 확보하려 애썼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그 자리를 피하기 급급했다.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개찰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나만이 남자를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보다 도덕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친구 덕분에 나는 그 남자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공감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정서적 지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협동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공감하는 법을 많이 잊어버렸다. 아무리 큰일이 나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2014년 4월, 10년이든 100년이든 우리가 기억하고 위로해야 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몇 개월도 안 돼 가족들의 인터뷰 기사에 ‘지긋지긋하다’ ‘보상금 더 받으려고 버티느냐’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들의 심정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금도 ‘인간적’이지 않다.

우리 사회엔 긍정보다는 부정이, 칭찬보다는 비난이 만연하고 있다. 공감을 잊어 갈수록 우리는 점점 ‘인간다움’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다르다, 같다, 틀리다, 맞다’는 가치 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타인, 특히 약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름이 갈등이 아닌 화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가 있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말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는 공감해야만 한다.


노현서 성신여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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