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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부동산 가격 안정, 왜 공약에 없나?

바람아님 2017. 4. 28. 07:25

(조선일보 2017.04.28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높은 땅값이 경제 발목 잡는데 '부동산 가격 안정시키겠다' 대선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어

전 국토의 7.5%인 도시용 토지… 지금의 두 배로 늘려 공급하고

日처럼 토지 규제 확 풀어주면 투자와 고용 모두 늘어날 것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서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없다. 

참 이상하다. 땅값, 집값 높은 것이 이 나라 경제 운용에 암적 존재인데 말이다.


부동산 보유 여부는 소득 격차와 빈부 격차의 가장 큰 요인이며 지가(地價) 앙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격차보다 더 사회적 폐해가 심하다. 

양극화 해소가 가장 큰 쟁점인 이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공약에 등장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은 대다수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생산적 경제활동 의욕을 꺾기도 한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고물가, 고임금의 원인도 되는 등 백해무익하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높은 부동산 가격이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규 고용 창출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가 서비스 산업, 그중에서도 관광, 레저, 

스포츠 산업 등인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처럼 토지 확보가 어렵고 지가가 높아서는 

경쟁력 있는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게재된 7국의 지가를 보면 국토 면적 10만㎢인 우리나라의 총(總) 지가가 

5조9000억달러인데 각각 35만7000, 774만㎢인 독일, 호주가 각각 4조7000억, 4조3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땅을 다 팔면 독일, 호주 땅을 다 사고도 남는다. 부동산 가격이 높기로 악명을 떨친 일본조차도 37만7000㎢에 

10조6000억달러라고 하니 우리나라보다 싸다.


사실 전 국토의 면적보다는 유효한 토지 공급이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5%만 도시적 용도로 쓰고 있다. 영국은 14.4%이다. 우리가 도시적 용도로 써도 좋은 땅을 

영국 정도로만 늘려도 토지 공급을 거의 2배나 늘릴 수 있고 공급이 늘어나면 값은 당연히 안정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투자를 가로막는 토지 이용 규제가 수도권 규제와 그린벨트 규제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이 이미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게 할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그 비싼 땅값을 치르고도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면 참으로 기특한 일이고, 그만큼 놓쳐서는 안 될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본은 2002년 수도권 기성(旣成) 시가지에 공장 등을 제한하는 법을 폐지하고 2006년 

공업재배치촉진법도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농지 가격도 너무 비싸다. 

이는 그동안의 인위적인 고미가(高米價) 정책 때문이었는데 향후 쌀값이 떨어져 그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면 

농지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지켜주고 도농 간 빈부격차 확대를 막으려면 

농지를 농업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


국토의 7.5%만 더 쓰자. 모든 토지는 원칙적으로 사용 금지이고 수요가 있을 때 찔끔찔끔 해제해주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토지의 공급 부족 상태를 영원히 면할 수 없다. 

언제라도 쓸 수 있는 토지를 7.5% 정도 지정해서 규제 해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쓸 수 있게 해 주자. 

그렇게 하면 지주가 팔지 않겠다고 알박기를 할 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아마 자기 땅부터 규제를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해 주면 안 될 것도 없다. 

농지, 임야의 훼손은 규제 때문에만 못하는 것이 아니다. 도로, 전기, 수도 등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는 집도 공장도 

지을 수가 없으며, 훼손은 어차피 한계선상에서 주로 일어난다. 

도시계획 하나만 남겨 놓아도 난개발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토지 이용을 막는 나머지 규제들은 다 풀어도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제조업으로 이 나라 경제를 일으킬 때 정부가 토지 이용 규제를 풀고 토지를 사들여서 부지 조성을 하고, 

도로·전기·수도를 놓고, 공단을 만들어서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던가? 

서비스업에서도 같은 일을 해야 한다. 

땅도 마련해주지 않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발상이다.


재정이 빈약했던 때 국·공유지를 파는 바람에 지금 정부나 지자체는 요지에 가진 땅이 별로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지자체는 차입을 해서라도 땅과 건물을 확보해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자. 

이 부동산은 사무 공간만 있으면 되는 서비스 업종의 투자를 유치할 좋은 수단이 될 것이고, 

지주들의 임대료 인상을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싶은가? 

투자할 공간부터 확보해 주고, 공급을 확대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