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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작은 원시 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같이 살았다는데.

바람아님 2017. 5. 11. 08:28
조선비즈 2017.05.11. 03:03

23만~33만년 전 '호모 날레디'
오늘날 인류와 손발만 흡사.. 두개골은 역진화했을 가능성도

머리는 침팬지와 비슷한 크기지만 손과 발의 모양은 오늘날 사람과 흡사한 미스터리 원시 인류가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직계 조상과 공존(共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원숭이와 비슷한 형태에서 현대 인류와 같은 형태로 곧장 발전했다는 기존 진화이론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동굴에서 발굴된 호모 날레디 ‘네오’의 두개골(왼쪽)과 복원도. 호모 날레디는 머리 크기가 침팬지와 비슷해 280만년 전 원시 인류로 추정됐지만, 연대 측정 결과 23만6000~33만5000년 전에 현생 인류의 조상들과 같이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위스콘신 매디슨대, 내셔널 지오그래픽.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리 버거 교수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존 호크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280만년 전 원시 인류로 추정했던 '호모 날레디(Homo naledi)'가 연대 측정에서 훨씬 최근인 23만6000~33만5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호모 날레디는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떠오르는 별'이라는 이름의 동굴 깊숙한 곳에서 처음 발견됐다. 날레디는 현지 언어로 '빛'이라는 뜻이다. 당시 15명분 1500여점의 원시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침팬지보다 약간 큰 두개골의 크기로 볼 때 250만~280만 년 전의 인류 초기 종(種)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5년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10대 과학 연구 성과로도 뽑혔다.


연구진은 이후 호모 날레디 화석이 처음 발견된 곳에서 100m 떨어진 동굴 방에서 3명분 130여점의 화석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중 가장 온전한 형태의 성인 남성 화석은 현지어로 '선물'을 뜻하는 '네오(Neo)'로 이름 붙였다. 뼈 크기로 볼 때 네오는 생전 키 1.4m에 몸무게는 40㎏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화석 주변 퇴적물에 있는 방사성 물질에서 방사능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또 치아 에나멜에 있는 결정(結晶)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에너지가 변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호모 날레디의 연대를 23만6000~33만5000년 전으로 수정했다. 호크 교수는 "호모 날레디는 사방이 트인 열대 초원지대에서 '호모 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인류 조상과 공존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호모 날레디가 석기(石器)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렇다면 왜 호모 날레디는 손과 발은 오늘날 인류와 흡사하게 진화했으면서 유독 두개골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커지지 않았을까. 과학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먼저 독자 진화설이다. 호모 날레디는 280만년 전 초기 호모 속(屬)의 원시 인류로 나타났지만, 현대 인류로 진화한 다른 원시 인류와 별개로 원래 형태를 거의 유지한 채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다른 쪽에서는 도중에 다시 과거 형태로 역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의 버나드 우드 교수는 "아프리카 남부지역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생존경쟁이 덜해 두개골이 계속 커질 필요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골반이나 어깨도 두개골이 작았던 과거 원시 인류와 비슷한 형태로 되돌아갔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