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을 만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쌩쌩 달리다 서울을 지나가면 조금씩 차창 밖 경치가 변해간다. 판문점이라는 간판이 보이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바쁘게 안내해 주던 내비게이션이 조용해지고 복잡한 화면도 하얘져 우리 가는 길 하나만 보인다. 창밖을 보면 달리는 차들도 갑자기 없어지고 우리 차만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창가에 보이는 마을은 높은 건물 대신에 평평한 집만 보이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인적이 없어 보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유해발굴은 나라를 위해 싸운 애국전사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6·25 때 전사자 22만 명 중 아직 수습되지 못한 유해가 1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시 산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사체 수가 어마어마해 마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흙으로 덮어 매립했다고 전해졌다. 그런 곳이 몇 군데 더 있다고 하니 얼마나 격하고 비참한 전쟁터였는지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유골을 찾을 때는 탐지기도 있지만 역시 마을 사람들의 기억이 제일 중요한 정보라고 한다. 탐지기에서는 전혀 못 찾지만 마을 주민의 정보가 있어서 직접 발굴하는 데 너무 깊은 곳이어서 그런지 굴착기로 작업을 했더니 그들의 정보대로 유골이 발견됐다. 그때부터는 잔해가 손상되지 않도록 손으로 작업을 시작할 때도 종종 있다고 한다. 산에서 포클레인을 사용하려면 먼저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깨끗이 잘라내 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벌목을 했을 때 아들이 얼굴을 다쳤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대치 상황은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 과거에 일어났던 잘못된 역사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후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후세에 남겨주는 것이 애국전사의 유골이나 바로잡지 않은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에 아들 면회차 작은 여행을 하면서 평화를 지킬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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