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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092] 대통령과 점괘

바람아님 2017. 5. 23. 14:43
조선일보 2017.05.22. 03:08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이론을 공부했으면 실전에 적용해 보아야 공부가 는다. 주역 공부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현실을 끊임없이 주역의 64괘로 환원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실전에서 부딪쳐야 공부가 된다.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나이 차이가 24년이라는 게 화제다. 부인이 24년 더 많다. 미국 대통령 부부도 24년 차이가 나지만 이건 별로 화제가 안 된다. 이 상황을 주역으로 설명하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지산겸(地山謙) 괘(卦)가 나온다. 위에 땅(地)이 있고, 아래에는 젊은 남자가 있다. 땅은 나이 든 여자로 본다. 24년 연상인 와이프가 위에 있고, 마크롱이 아래에 있는 형국이다. 나이 든 여자가 위에 올라타고, 남자가 그 아래 깔려 있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주역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이 형국은 겸손(謙遜)을 상징한다. 겸괘는 좋은 괘다. 겸손하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상대가 겸손하면 싸움 걸기 어렵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14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을 하고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에 취임했다. 사진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장에 들어서는 마크롱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AFP 연합뉴스

서애 류성용의 형님이 겸암(謙菴) 류운용이다. 겸암이 세운 하회마을 겸암정사는 산 정상이 아닌 7부 능선쯤에 자리 잡고 있다. 겸(謙)의 정신이 들어 있는 위치라고 나는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점괘는 천풍구(天風姤)가 나온다. 위는 하늘이다. 강건한 남자가 위에 있다. 그 아래로 바람이 있다. 바람은 장녀를 상징한다. 트럼프의 아내보다 장녀 이방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풍구는 좋은 괘가 아니다. 밑에서부터 위로 서서히 좀먹어 들어가는 형세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트럼프는 언론과 싸움이 붙었다. 이거 좋지 않다. 트럼프는 키 190㎝의 거구다. 갈기를 날리는 사자의 관상이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곰의 관상을 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미사일을 쏘고 항공모함을 들이대면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다. 그는 동물원에서 통닭 받아먹던 사자가 아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점박이 하이에나 떼와 일전을 불사하는 야생 사자다. 언론은 하이에나다. 덩치는 작지만, 떼로 달려든다.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하게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이 하이에나 아닌가. 이빨로 무는 힘이 악어 다음으로 강해 물면 놓지 않는다. 미국 하이에나 대장이 뉴욕타임스이다. 사자가 하이에나 대장을 잡을 것인가, 하이에나가 무리 지어 사자를 잡을 것인가.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