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교육 예찬론자다. 침이 마르도록 격찬했다. 2009년 취임 직후, “한국 교육열을 배워야 한다.” 2010년 9월,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높다.” 2011년 1월, “한국은 전 세계 교육의 대표주자다.” 그해 9월,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아이들을 능가하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왜 그토록 격찬했을까.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폐허 더미에서 경제대국을 일군 ‘한강의 기적’.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한 수재인 그는 이런 궁금증을 갖지 않았을까. ‘어떻게 일어섰을까.’ 이런 말을 했다. “한국과 독일은 2등을 위해 뛰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두 나라의 공통점을 꿰뚫어본 말이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 본 걸까.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잘못됐다”며 길길이 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우리 경제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면 그런 소리를 할 리도 만무하다.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이 실린다고 한다. 미 대학입시위원회(CB)는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고속성장 과정을 이르면 올 가을학기부터 다루기로 했다. ‘오바마 격찬’ 2탄이다. 궁금증 한 가지. 기적을 일으킨 동력을 무엇이라고 쓸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1950∼80년대 가난한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은 나처럼 살면 안 된다”며 자식을 공부시켰다. 소를 팔고, 팔게 없으면 품팔이라도 했다. 우리나라 사전에만 있는 말 우골탑(牛骨塔). 그로부터 비롯된다. 그 탑은 부모 희생으로 쌓은 부골탑(父骨塔)이기도 하다. 극성스런 교육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골의 유산’이다.
아들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미·일 연합세력이 일본 도시바 반도체를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중심에 서 있다. 미·일 세력은 돈을 보탠 전주(錢主)다. 도시바는 어떤 기업일까. 세계시장을 석권한 ‘전자왕국’ 일본의 한 축을 이룬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까. “거 봐라. 도시바도 사들이지 않느냐.”
강호원 논설위원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소문 포럼] 전쟁은 사드 때문이 아니라 틈이 생기면 일어난다 (0) | 2017.07.01 |
---|---|
[지평선] 특목고 폐지하면 평등해진다고? (0) | 2017.06.30 |
[지평선] 유모국가 (0) | 2017.06.27 |
[지평선] 마크롱 현상, 문재인 현상 (0) | 2017.06.26 |
[특파원+] 권력자 되면 공감 능력 잃는 '뇌손상' 입는다 (0) | 2017.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