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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대통령 사과의 의미

바람아님 2017. 8. 15. 08:37

(조선일보: 2017.08.15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61] 장인순 '원자력연구' 2017년 1월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그런 피해를 발생하게 한 정부의 과오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왜 불안감이 

이는 것일까?


문 대통령 행보의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이전 정부들이 무능하고 부패하고 민생을 등한시했다고 

시사하거나 비난하는 정치적 함의가 읽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엔 분명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부실 책임이 크지만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개발, 출시되는 수십만 가지 제품을 모두 철저히 검사·검증하기는 역부족일 것 같다. 

이번 정부 역시 행정의 무수한 빈틈을 다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사이에 대부분 국민의 독해력이 놀랄 만큼 신장됐다. 

이 정부의 현란한(?) 시책들은 이전 정권들이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 수자원 관리와 환경을 망쳐놓았고 국정원의 댓글부대 

운영으로 국민의 의식을 병들게 했고 공무원을 수십만 늘려서라도 청년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지 않아 고용 불안을 방치했고 최저임금도 획기적으로 인상하지 않아 빈곤을 고착화했고 최상위계층을 

더 쥐어짜서 저소득층에 혜택을 돌리려 하지도 않았고, 지속적인 원전 건설로 국민을 방사선 피폭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강변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상당수 국민은 이 정권의 장밋빛 약속에 감읍하지만, 

다수 국민은 그 겁 없는 정책들의 역효과와 후유증을 근심한다.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는 복지부 국장 선에 위임하고, 대통령 자신은 건보 적용의 대폭 확대를 발표하기에 앞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따른 보험공단의 부담 증가와 건보 적립금 고갈 시기, 건보 적용 확대와 특진료 폐지 등으로 병·의원이 

입을 재정적 타격, 이로 인해 예상되는 의료계 재편 등을 면밀히 따져보라고 지시했다면 국민의 불안이 덜어졌을 텐데. 

국고를 이토록 물 쓰듯 하면 이 정권의 임기보다 국고가 먼저 바닥나는 것 아닌지 국민이 걱정한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은 아랍에미리트 국왕이 100년간 쓸 원유가 있는데도 우리 원전을 수입하면서 

그 이유를 "자기 손자 세대에는 석유가 고갈돼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니게 될까 봐"라고 말했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