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17 남정욱 '대한민국문화예술인' 공동대표)
난 이제 거짓말 안하련다
노력하면 글 잘 쓴다고?
사실 그건 노력 아닌 재능
뭘 알아야 생각도 하고
콘텐츠 풍성해야 글 나와
여러분 책부터 읽으세요
올해 들어 세운 목표 중 하나가 거짓말이나 하지 말고 살자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끊은 게 글쓰기 강연이다(강연료는 좀 아깝다).
그동안 하고 다녔던 글쓰기와 관련된 거짓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력하면 잘 쓸 수 있다는 거짓말이다.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잠 안 자고 밤새 아이스링크를 돈다고 해서 누구나 김연아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50㎞씩 뛰어도 우사인 볼트처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글쓰기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두 번째 거짓말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글쓰기를 다룬 책을 보면 저자가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의 글을 고쳐 준 사례가
실려 있다.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문장을 나누고 형용사를 추방하고 부사를 미워하고
등등이 기법으로 등장하는데 그건 엄밀하게 말해 글쓰기가 아니라
'문장 다듬기'다.
글이 살짝 좋아지면서 순간적으로 착시 현상이 발생한 끝에 반복하고 노력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환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글 쓰는 연습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글의 한계를 노력의 부족으로 수습하면서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허구의 논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연습의 방향은 그쪽이 아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잘못 가르쳐 왔는지를.
재치 있는 문장 몇 개와 독특한 발상 따위를 나 역시도 글쓰기로 착각했던 것이다.
10년 동안 서로 시간 낭비만 했다. 그렇게 훈련을 시키면 안 된다.
얼마 전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관련 도서 2000페이지를 읽었고 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10편 이상 봤으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3번이나 돌려봤다. 그리고 쓴 게 달랑 원고지 11매다.
수집한 글 재료의 분량을 들으면 그렇게 읽고도 그렇게밖에 못 쓰느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실 거다.
이게 글쓰기의 본질이다. 풍성한 콘텐츠가 있고 나서 그다음으로 문장이 있는 거다.
줄이고 덜다 보면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자연히 생각이 깊어지고 늘어난다.
한 학기 16주를 한글을 익힌 것을 후회할 정도로 읽히고 또 읽혀 매주 원고지 10매 분량으로 쓰게 했으면 어땠을까.
이를 박박 갈았겠지만 학기 초와 학기 말의 학생은 분명 전혀 다른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글쓰기 관련 수업을 열 명 이상 데리고 하는 것도 문제다. 경험상 일곱 명 이상부터는 강의가 아니라 강연이다.
얼마 전 이 신문에 하버드대 낸시 소머스 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
매일 10분이라도 글을 써야 생각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맞는 말이지만 다는 아니다.
'하버드'생들에게나 그렇다는 얘기다. 그 방법은 어느 정도 지력을 갖춘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일단 읽어야 한다(아는 게 없는데 쓰긴 뭘 써).
읽어야 쓰고 그때서야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결국 독서다.
[남정욱의 명랑笑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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