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모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2017년이 밝았다. 올 한 해 어떤 인연들이 삶의 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피천득 선생은 수필가이자 시인이며 영문학자이다. 교과서에 실린 ‘인연’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 같은 글들로 많은 이에게 익숙한 문학가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각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에서 걸핏하면 ‘소설 쓰지 말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 말은 어느덧 ‘거짓말을 하지 말라’라는 의미가 되었다. 사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라’라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천득
소설이 상상력에 바탕을 둔다면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 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담은 산문 형식의 글이다. 소설과 수필은 같은 산문이지만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면 수필은 사실을 담는 것이다. 뉴욕에 가본 적 없는 소설 주인공 ‘나’가 타임스퀘어 광장을 거닐고 브로드웨이 연극을 본 것처럼 표현하는 건 괜찮지만 수필에서는 간 적도 없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다고 쓰면 그야말로 ‘거짓말’이 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
일제 강점기인 1910년에 태어나 2007년 세상을 떠난 피천득 선생은 중국 상하이 호강대학을 다녔으며 1954년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연구했다. 한국인이면서 일본과 중국, 미국을 두루 체험한 만큼 깊고 다양한 얘기가 수필에서 펼쳐진다.
피천득 선생이 말하는 수필이란 어떤 것일까 ‘수필’이라는 작품에서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인연>에 수록된 80여 편의 수필에 실로 다양한 얘기가 담겨있다. 나의 부모님이 나를 어떤 마음으로 키웠고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서영이에게’ ‘서영이’ ‘서영이 대학에 가다’ ‘딸에게’ 같은 글을 읽으면 된다. 피천득 선생이 외동딸 서영을 생각하는 마음이 곧 모든 부모의 심정이다.
매일 한 편 씩 꺼내 읽으라
이근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