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9.23 이미도 외화 번역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즐기신다면 '체인 리더(chain-reader)'입니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를 지은 할레드 호세이니가 만든 말입니다. 이런 명구가 있지요.
'리더(reader)는 리더(leader)다.' 이렇게 변주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체인 리더는 창조적 리더(creative leader)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시가 있습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입니다.
총 132행 중 첫 네 행을 소개합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려면/
손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보라.'
유독 잡스를 사로잡은 행은 '손안에 무한을 쥐어라(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일 것만 같습니다.
이 행에서 영감을 얻어 '모래나 들꽃이 은유하는 '아주 작은 것'을 손에 쥐고 그것으로 우주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천착했을 잡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의 발상의 전환과 창의력은 인류 최초로 스마트폰을 만들었지요.
때마침 올해는 스마트폰 탄생 10주년입니다.
잡스는 어떤 영화를 제일 좋아했을까요. 1995년에 나온 '토이 스토리(Toy Story·사진)'입니다.
그가 세운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의 창립 작품입니다.
인간이 안 볼 때면 살아 움직이는 완구들의 우정과 모험담을 그린 걸작인데요,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비행사 버즈는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버즈는 날고 싶을 때마다 이 명대사를 꺼내 듭니다.
"무한 너머로 비상(飛翔)(To infinity and beyond)!"
끝도 한계도 없는 무한을 넘어 날아보자는 그 파격!
모순형용어법(矛盾形容語法)의 맛을 살린 이 표현을 잡스도 특히나 좋아했을 것 같군요.
그가 이 대사를 통해 이런 말을 걸어올 것만 같습니다.
"누구나 '체인 리더'가 돼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의 사슬(chain)을 끊고
'상상력 날개'를 달면 가보지 못할 세계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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