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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말실수들

바람아님 2017. 9. 28. 19:35
뉴스1 2017.09.27. 09:20

박진영의 '결정적 말실수'
© News1

 ‘모집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상대의 약점을) 명백하게 지적하다’라는 뜻이다. 손톱으로 몸을 꼬집듯이 말로 상대를 꼬집는 격인데 그럴 경우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듣는 쪽이 몹시 기분이 나빠 역효과가 나기 쉽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운동장에서 '오징어 놀이'를 하다 그 친구와 말다툼이 생겼다. 내가 선을 밟았다고 우기는 그 친구에게 나는 밟지 않았다며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는데 그게 사단(事端)이다. 그 친구가 전에 없던 화를 내면서 기습공격을 하는 통에 배를 붙잡고 운동장을 굴러야 했다.


친구가 그렇게 불같이 화를 냈던 이유는 실제로 그 친구의 입이 어렸을 때 당한 사고로 꿰매는 바람에 비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얻어 맞을 만한 말실수를 했던 것이라 며칠 지나 ‘본의가 아니었다’며 서로 화해를 했었다.

비단 이 일 말고라도 부부싸움 중에 말실수로 아내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던 일도 있었고, 어렸을 때 들었던 아빠의 뼈아픈 말을 성년이 된 후에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아들도 있다. ‘세치 혀가 몸을 벤다’거나 ‘백만대군을 이긴다’는 말은 절대로 빈말이 아닌 것이다.


어디 말 뿐이랴. 소설가 상허 이태준(1904~?) 선생은 글쓰기 입문서 ‘문장강화’(개정판이 나와있다)에서 글을 잘 써야 하는 이유를 “당신이 쓴 글을 읽고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게 되고, 어떤 사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당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벽 같은 빛이거나 캄캄한 어둠이 될 수 있습니다“로 들었다.


과거라면 ‘글쟁이’에게나 해당될 이 말이 지금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소통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이나 문자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말이 아닌 글로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SNS를 들여다 보자면 처음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났지만 대판 싸우고 악연으로 끝나는 사건의 대부분은 엠씨(MC)와 어나운서 경력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박진영이 신간에서 밝힌 대로 ‘한순간에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 때문이다.


“말실수를 10% 줄이면 관계가 90% 좋아진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저지를 수 있는 다양한 사례의 말실수(실언)들을 연구했다. 거기다 실언을 부르는 평소의 습관들, 실언을 피하는 방법론, 실언을 했을 때 그것을 최대한 수습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한 번 뱉은 말과 쏜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지만, 그래서 애초에 조심해야 한다지만 기왕에 실수를 했다면 그것을 재빨리 원상복구(100%야 어렵겠지만) 하는 것도 지혜다.


‘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아는 것인데 굳이 그걸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읽다 보면 ‘삼천포, 성차별, 여성 편견, 여류 시인, 외모, 사생활, 섣부른 판단과 추측’ 등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는 말실수투성이를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맞다. 이런 말은 정말 조심 해야겠구나!’를 절감하게 된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정치인의 말실수 정도는 약과다. 2008년 11월11일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작곡가 폴라 압둘의 집 근처 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자살을 했다. 가요 프로그램 오디션에서 폴라 압둘로부터 들었던 혹평이 그녀를 찌른 비수였다. ‘아무렇게나 말하며 살 일이 아니다. 그게 듣는 이에게 평생의 한이 되고, 심지어 그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된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다짐했다.


◇결정적 말실수/ 박진영 지음/ 라의눈/ 1만 3000원

ungaungae@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