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1.10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의 벽돌책]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김영사/ 2005/ 787p
331.54-ㄷ42ㅁ/ [정독]인사자실서고2(직원에게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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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환경운동을 고깝게 여겼던 때가 있었다.
딱히 뭘 알고 그랬던 게 아니라, 그냥 일부 운동가의 감상주의나 어딘지 맹신적인 분위기가
탐탁지 않아서 그랬다. 딴에는 그럴싸한 반론도 한 가지는 있었다.
'인구 폭발, 석유 고갈, 핵전쟁, 그 외에 이런저런 비관론들이 모두 빗나갔지 않은가.
지구온난화도, 여섯 번째 대멸종도 그런 호들갑이겠지. 방법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는 이겨낼 거야.
인간은 의외로 강하고 질기다니까.'
그런 생각은 '문명의 붕괴'(김영사 刊)를 읽고 난 뒤 확실히 바뀌었다.
이 788쪽짜리 두툼한 책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아니야, 꽤 큰 사회가 환경 재앙으로 완전히 망한 적이 최소한 몇 번은
있었어'라고 반박한다. 더 나아가 과거 문명이 그렇게 망할 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지금 우리 세계에도
그런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이아몬드가 예로 드는 '망한 사회'는 고대 이스터섬, 핏케언섬, 아나사지 문명, 마야 문명,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등이다.
망한 거나 다름없었던 내전 당시 르완다와 최근의 아이티도 비중 있게 다룬다.
저자는 이 사회들의 몰락을 자연환경이 인구를 지탱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르완다 내전 사태에서도 부족 갈등 이면에는 높은 인구밀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회들의 공통점 중 가장 섬뜩한 건 상당수가 전성기에 이른 뒤 갑자기 몰락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한 사회는 전성기로 갈수록 삼림을 파괴하고 땅의 지력을 훼손하는 등 환경 파괴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많을 때 자원이 부족해지고, 싸움이 일어난다.
주변이 막힌 고립된 사회가 그 단계까지 가면 평화롭게 서서히 기운을 잃기보다는 유혈 사태 속에 급격히 파멸하는 듯하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이제 세계는 고립된 단일 문명이며 인류는 환경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중이다.
너무 늦기 전에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저자는 책 뒷부분에서 미국, 호주, 중국 같은 현대 국가들이 생태적으로
얼마나 위태로운지 진단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그런 제안들은 감상이나 맹신 대신 신중한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과거의 비관적인 예측 상당수가 빗나갔다고?
다이아몬드는 "화재 신고가 몇 건 잘못 들어왔다고 소방서를 없애자는 주장이 옳으냐"고 묻는다.
2004년에 나온 책이라 중국에 대한 내용 일부는 지금 현실과 다소 안 맞을 수 있다. 이스터섬의 몰락 원인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설이 계속 나오는 중으로 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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