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의 협상술은 본협상 외에 협상 전은 물론이고 협상 후에도 전술이 숨어 있다고 한다. ①협상 전엔 강경한 어조로 협박하고 ②불리한 의제는 안건에서 빼며 ③협상 땐 모호한 문자로 의무를 회피하고 ④협상 뒤엔 문안을 임의로 해석하고 ⑤협상 상대의 분란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2차례나 국공(國共) 합작에 응했던 국민당은 군사적 우세 속에서도 패해 대만으로 쫓겨났다.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을 했던 권병현 전 주중 대사는 당시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대만 및 북-중 혈맹, 북한의 비핵화 안건을 꼽는다. 한국은 항일투쟁 시절부터 끈끈했던 국민당과의 관계를 강조했지만 중국은 끝내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우리 역시 북-중 혈맹 단절과 북한 비핵화 협조를 요구해 동의를 얻었지만, 수교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숙제로 남아 있다. 중국이 협상 때와 달리 의무를 회피해온 결과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한(中韓)은 얼마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데서 몇 가지 인식의 일치를 이뤘다”며 “한국이 노력해서 중한 관계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사드 자체가 거론된 것이 아니라는 청와대 브리핑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 31일 사드 합의 발표 뒤 일었던 이면합의 논란도 중국 특유의 ‘협상 후 전술’ 때문일 수 있다. 만에 하나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우리 정부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순리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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