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말한 데 대한 외교부의 입장을 묻자 노규덕 대변인은 이렇게만 답했다.
오전 청와대 관계자도 “정상 간에 있었던 비공개 대화는 확인할 수 없다”고만 했다. 외교 관례상 이게 정답이다. 정상 간의 대화는 양국이 합의해 공식 보도자료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히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외교상 비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 대표가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미국에 가서 이를 공개했다. 그는 “비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물었고, 문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으나 솔직하게 ‘통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처럼) 실향민이나 이산가족 출신 입장에서는 어쩌면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라, 독일 등의 경우를 설명하지 않았겠냐 하는 생각에 (문 대통령이 통일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짐작과 해석을 ‘한국 정상의 발언’이라고 소개한 셈이다.
추 대표는 앞서 기자단 오찬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도 FTA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조율된 ‘굿 캅, 배드 캅’ 전략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재 양국 간에 진행 중인 FTA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추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방미 후 “미 공화당이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했다”고 한 데 대해 “실제 워싱턴 분위기는 달랐다. (이런 발언이) 한반도 전체의 의사인 양 (오해)될 수 있으니 여야가 신중해야 한다”고 ‘외교의 수준’을 거론했다. 추 대표 본인이야말로 미 조야가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맹국 여당 대표의 말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유지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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