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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인플레이션… 최악의 불공정한 서민과세

바람아님 2017. 11. 27. 15:12

(조선비즈 2017.11.27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독일 벡·바허·헤르만 共著… 인플레이션: 富의 탄생, 현재, 미래


인플레이션: 富의 탄생, 현재, 미래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르만공저/ 강영옥/ 다산북스/ 2017/ 375 p

321.92-ㅂ794ㅇ/ [정독]인사자실(새로 온책)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베른하르트 작전(1942~1945)은

영국에 파운드 위조지폐를 대량 살포해서 경제를 붕괴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시도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신뢰'만 무너뜨리면 경제를 얼마든지 파탄시킬 수 있다는 원리는

명백히 보여줬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하노 벡, 변호사이자 교수인 우르반 바허,

투자 전문가인 마르코 헤르만이 함께 쓴 '인플레이션: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는

화폐의 존립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불행의 씨앗은 화폐가 지니는 실제 가치와 명목 금액의 차이다.

동전은 원래 실제 가치와 명목 금액이 일치한 상태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일부 왕실이 동전에 저질의 금속을 혼합해 실제 가치는 하락시키면서도 명목 금액으로 재정을 조달하려는

허세를 부렸고, 이로부터 역사상 수많은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


나중에는 프랑스에서 존 로의 '은행권'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발행된 몰수 재산 담보 신용 증서가 유발한 인플레이션부터 차베스가 통치하던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720%짜리 인플레이션까지 역사상 수많은 정부가 통화 공급 증가라는 유혹에 얼마나 쉽게 빠져 왔는지,

그래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 일반 대중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이 책은 생생히 묘사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가리켜 최악의 불공정한 서민 과세라고 부른 것이다.

결국 거지가 되는 것은 몇 푼 안 되는 월급과 연금에만 의존하는 서민뿐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금융 위기와 이어지는 유로존 재정 위기도 결국 구미 각국의 만성적 통화 공급 

증가가 본질이었다. 다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 버블이 가세했다는 점만 이전 시기와 달랐다.


21세기 세계경제는 재정 중독과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극도의 통제 불능 상태로 접어들었음에도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동시에 우려해야 하는 이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긴축, 확장, 그 어떤 정책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진퇴양난의 형국인 것이다.

이 책은 통화 공급 증가와 재정 지출 효과에 중독된 정부와 그에 환호하는 국민에게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의 위협을

환기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치적 대결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사이버 머니의 시대라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인플레이션이라는 트라우마 때문에 악마 히틀러를 불러들였던 독일 사회의 경고라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