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6월 12일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주고받을 내역이 큰 틀에서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라는 미국 측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그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게 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미·북 상호 불가침, 국교 수립 같은 표현이 들어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되지만 북이 그 정도로 만족했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북핵 문제는 벌써 해결됐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업적은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 달성될 것"이라며 느닷없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들고 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그는 이런 식의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북한 비핵화'에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가 되면 한국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한국엔 핵이 없으니 결국 주한미군과 관련된 말일 수밖에 없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을 북에 주는 카드로 사용하려는 뜻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미국이 혹시 장차 북측에 주한미군의 감축 내지 위상 변화, 철군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언질을 준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이 그동안 해오던 '영구적 비핵화(PVID)'란 말을 갑자기 중단하고 종전의 '완전한 비핵화(CVID)'로 되돌아간 것 역시 어떤 흐름 속에서 나온 변화인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요구할 경제적 보상 규모도 주목된다. 북이 핵폭탄을 만들기도 전인 1994년 제네바 합의로 20억달러(약 2조원) 상당을 써야 했다. 북은 이제 핵무기와 미사일을 손에 쥐었다. 핵무기 40~50개를 내놓는 대가로 요구할 액수는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다. 북한이 일본 고이즈미 정부와 국교 정상화 협상을 하면서 요구했다는 100억달러보다 단위가 훨씬 클 것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고 할 게 뻔하다. 이번에도 제네바 합의 때처럼 한국이 전체 비용 부담의 70% 이상을 떠안는 구조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처럼 미·북 정상회담이 크게 성공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수십년 동안 국제사회와 전면적인 대결을 감수하며 키워온 핵무기, 핵 물질, 핵 시설 전체를 없애면서 그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가 성사된다는 뜻이다. 북핵 리스크가 없어지면 우리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와 동시에 북한에 주는 대가는 안보, 경제 면에서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그 명세서의 대강이라도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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