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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 다감 이정애

바람아님 2018. 8. 17. 07:27




이럴수가 / 다감 이정애



이제 두 해째 맞이했는데
벌써 생을 달리하고 싶은건지
몸의 일부 한 조각이 떨어져 눈에 띈다


이건 뭐지 하며 잘 모셔놓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 작동하려 하니
폭염에 녹았는지 또 한 조각이 떨어지더니
이내 고개는 방바닥에 곤두박 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지난여름 한 계절 사용했는데
폭염 속에 농성을 부리다니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생활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너무 빨리 떠나려는 네가 얄밉다
아니 너를 그렇게 만든이가 밉다


보고 또 봐도 화장기가 그대로인 네 모습
손자국도 아직 나지 않았는데
아쉬운 마음은 나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지나온 세월 눈속임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어 고맙다며 마음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