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Why] 안그래도 힘든 여름, 매미는 왜 밤에도 우나

바람아님 2018. 8. 19. 09:15

조선일보 2018.08.18. 03:03

 

밤샘 떼창 주범은 말매미
매미 소음의 주범으로 지목된 말매미.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급증하고 있다. /장이권 교수 제공

매미는 야근이라도 할 기세다. 주광성 곤충이라 밤에는 울지 않아야 정상이건만 이젠 자정에도 새벽 5시에도 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매미의 합창에 적용되지 않는다. 소음은 최고 90dB(데시벨). 시끄러운 공장 내부와 비슷하다.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린 사람들은 시청과 구청에 항의했다. "매미가 하도 울어대 잠을 못 자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미는 무죄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근년 들어 도시에 매미 소음이 심해진 까닭에 대해 "아열대 지역에 살던 말매미가 지구온난화로 국내에서 폭증하고 있다"며 "대도시에서는 열섬 효과로 기온이 더 높아진다. 포식자는 적고 빛에도 장기간 노출되는 환경이라 낮밤 가리지 않고 크게 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매미는 대부분 참매미 또는 말매미다. 참매미는 나무의 낮은 위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참매미 수컷들은 "맴~맴~맴~" 울면서 암컷을 부르는데 리듬감이 있다. 하지만 요즘 도심 소음의 주범이 된 말매미는 "치이이이~" 울음이 한참 동안 지속되고 요란하게 시끄럽다. 나무 꼭대기 쪽에서 노래해 좀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다.


참매미와 말매미는 본디 활동하는 온도가 다르다. 고위도 지역에서 진화한 참매미는 27도 이하에서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중국 남부 등 아열대 지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말매미는 27도를 넘어야 떼창을 시작한다. 더운 대낮에는 말매미가, 선선한 아침·저녁엔 참매미가 우는 식이다. 하지만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이 '교대 근무' 체계가 망가지고 말았다. 밤에도 말매미가 울어댄다.


탈피각(허물)을 이용해 매미 밀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과 경기도 과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말매미 밀도는 양평 등 소도시 지역보다 10~1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참매미보다 훨씬 더 시끄러운 말매미는 30년 전만 해도 서울에 흔치 않았지만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개체 수가 폭증하고 있다"며 "잠실, 여의도, 반포 등 대규모 택지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열섬 효과로 말매미가 좋아하는 27도 이상의 기온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말매미 밀도가 높은 이유는 세 갈래다. ▲온도와 습도, 빛 같은 비생물 요인이 적합하다는 점 ▲박새나 사마귀 같은 매미 포식자의 감소 ▲매미가 선호하는 나무의 증가 등이다. 국립생태원 강재연 연구원은 "도심 공원은 평평하고 물이 잘 빠지며 플라타너스·벚나무 등 말매미가 선호하는 나무가 많다"며 "시골에 비해 포식자도 적고 밤에도 밝고 온도도 높기 때문에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참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대책이 필요한가? 장이권 교수는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는 굉장히 많은 열과 빛을 배출하면서 어떤 동식물은 사라지고 어떤 동식물은 번성한다"며 "말매미의 증가는 우리가 만든 생활방식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 온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녹지도 몇몇 나무만 심지 말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