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06 이미도 외화 번역가)
'유년 시절은 계산적인 사고와 판단이 시작되기 전 단계로, 아이는 청각과 후각과 시각에 의존해 세상을 판단한다
(Childhood is measured out by sounds and smells and sights, before the dark hour of reason grows).'
영국 시인 존 베처먼의 글입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사진)'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관찰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고발합니다. 때는 1942년. 무대는 폴란드 시골. 주인공은 여덟 살 독일 소년 브루노.
'전쟁의 최초 희생물은 진실이다(In war, the first casualty is truth).' 이 명구(名句)가 전반부의 주제입니다.
소년은 사령관 아버지가 조국과 가족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믿습니다. 아버지가 유대인 수용소의 악랄한 감독관인 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은 사악해. 네가 착한 유대인을 발견하면 넌 역사에 남을 탐험가가 될 거야."
소년은 독일인 가정교사가 나치 정권이 지어낸 거짓 역사를 가르칠 때 자기가 그 탐험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몰래 만나는 착한 동갑내기 유대인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최초 희생물은 인간의 순수다(The first casualty of war is innocence).' 이 명구는 후반부의 주제입니다.
브루노는 수용소가 농장이고, 그곳 유대인들은 농부인 줄로 압니다. 두 소년의 우정이 깊어갈 무렵
남편이 어떤 만행을 저지르는지 알게 된 아내는 브루노를 데리고 독일에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아빠가 안 보인다는 말을 들었던 브루노는 함께 찾자며 수용소 철조망을 넘습니다.
하지만 농장이 아닌 걸 알고는 무서워서 돌아가려 할 때 집합 명령이 떨어집니다.
소년들도 어른들도 영문을 모른 채 외딴 건물에 들어갑니다. 불안감이 일렁일 때쯤 누군가가 말합니다.
"진정해. 샤워하라는 거야(No, it's just a sh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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