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06 대전=최인준 기자)
김진한 항공우주연구원 개발단장
누리호에 쓰일 75t급 로켓 엔진 세계 7번째로 독자 개발 성공시켜
"선진국들도 첫 번째 로켓 발사 성공 확률이 30%가 안 됩니다.
한국은 이 어려운 일을 첫 시도 만에 성공한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김진한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은
"비록 1단 로켓만 있는 시험 발사체지만 우리 힘으로 개발한 엔진을
첫 비행에서 성공시킨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과"라며
"8년 동안 엔진 개발에 매달려온 저도 로켓이 힘차게 올라가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2000년대 중반 나로호 사업과 2010년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개발 사업에서 발사체의 핵심인
75t급 엔진 개발을 이끌어온 연구 책임자다.
지난달 28일 이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시험 로켓 발사에서 엔진 연소 시간과 최대 도달 고도 등
대부분의 수치에서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이번 발사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75t급 액체연료 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됐다.
김 단장은 "나로호 개발 당시 두 번이나 발사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발사 전날 한숨도 못 잤다"며
"성공했다는 결과가 나온 뒤에 힘이 쫙 빠져서 동료와 후배들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 했다.
김진한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이 지난달 30일 대전 연구원 본관에서 자신이 개발한 75t급 로켓 엔진 옆에서
웃고 있다. 김 단장은 7년 반 만에 독자 기술로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 단장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 우주 기술력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통상 독자 기술로 75t급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이 걸리는데 한국은 7년 반 만에 실제 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로켓의 핵심인 엔진 기술은 돈을 주고도 해외에서 사올 수 없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김 단장은 "나로호 사업 당시만 해도 공동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 연구진이
'한국이 로켓을 만드는 게 사실이냐'며 무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하지만 이번 발사 직후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엔진 개발에 성공했느냐'며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러시아의 엔진 개발 업체에서 연구원을 한국에 보낼 테니 공동 개발하자는 제의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긴 개발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국내의 따가운 여론이었다.
2013년 나로호 성공 당시 인터넷에는 '러시아 로켓 아니냐' '우리가 러시아를 대신해 로켓 성능을 검증해준 것'이라며
개발 성과를 깎아내리는 악성 댓글이 많았다고 한다. 핵심인 1단부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나로호 사업 당시에도 로켓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로켓 발사 후에는 '자랑스럽다' '세금은 이런 연구에 써야 한다'며 격려해주는 분이 많아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 성공 이후 휴식도 없이 바로 다른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2021년 발사될 누리호 제작을 위해 2020년까지 20개의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엔진 개발을 위해 1년의 절반은 대전을 벗어나 창원(한화테크윈), 고흥(우주센터)을 오가고 있다.
김 단장은 "2021년에도 지금처럼 국민이 기뻐할 수 있도록 다시 고삐를 조이겠다"고 말했다.
엔진 연소시간 151초… 2021년 본발사 '7부 능선' 넘다 |
[오늘의 세상] 한국형 발사체 엔진시험용 로켓, 최대 고도 209㎞까지 날아올라 "콰르르, 쾅!" 28일 오후 4시 전라남도 고흥군의 나로우주센터 발사장. '대한민국 KOREA'가 새겨진 길이 25.8m의 로켓이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굉음을 내며 솟구쳐 올라갔다. 로켓은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바다 쪽으로 날아가더니 3분도 안 돼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장에서 2㎞가량 떨어진 통제센터에서 숨죽인 채 발사 광경을 지켜보던 연구원, 엔지니어들이 함성을 질렀다. 8년에 걸쳐 독자 개발한 75t급 액체 엔진을 단 로켓이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우주의 꿈에 한발 더… 누리호 시험로켓 발사 성공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로켓이 28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는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국산 액체연료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졌다. 시험 발사체는 발사 151초 동안 엔진을 연소해 최대 고도 209㎞까지 오른 뒤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429㎞ 떨어진 제주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목표 엔진 연소 시간인 140초 이상을 달성해 시험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75t급 액체 엔진 세계 7번째 독자 개발 한국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액체연료 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됐다. 이번 발사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로켓 엔진의 비행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시험 발사체는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하는 소형 로켓으로, 75t급 엔진 1기가 들어갔다. 통상 1.5t 무게의 중대형 실용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75t 이상의 추진력을 내는 로켓 엔진 개발이 필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우리보다 앞서 75t급 액체 엔진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인도 등 6국이다.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임철호(왼쪽)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 발사체의 성공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 원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박정주 나로우주센터장. 75t급 엔진 독자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연소실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항우연은 20차례나 엔진 설계를 새로 바꿨고, 두 차례 발사를 늦췄다. 항우연은 발사 직전까지 연소 시험 100회, 누적 연소 시간 8326초를 달성하며 엔진 완성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한화테크윈(엔진 조립), 한국항공우주산업(로켓 총조립) 등 300여 기업이 참여했다. 28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발사체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이번 발사체는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액체 연료 1기를 달고 고도 209㎞까지 올라갔다. 사진은 발사 과정의 모습을 연속 촬영 후 합성한 것이다. ◇엔진 4개를 한 몸처럼 묶는 과제 남아 엔진 개발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정식 로켓 발사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누리호를 완성하려면 맨 아래 1단 로켓에 75t급 액체 엔진 4개를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핵심이다. 4개의 로켓이 동시에 똑같은 출력을 내지 않으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없다. 한국형 발사체와 시험 발사체 비교 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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