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차 쇼크 코앞에서
보완한다며 부담 외려 늘려
교묘한 산술로 포장한 궤변
소득주도, 근로시간, 탈원전
실체 없이 이념에 매달린 정책
실사구시로 혁신의 길 열어야
홍남기 경제팀이 출범한 시기를 전후해 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보완론’이 나왔다. 홍 부총리의 소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최저임금’은 문 정부 소득주도 성장의 주력 수단이지만, 첫해인 올해 16.4% 올린 것만으로 산업·고용 현장은 거의 쑥대밭이 됐다. 후유증을 막자고 천문학적 세금을 투하했어도 충격은 그대로다. 내년부터는 10.9%가 또 오른다. 2차 쇼크의 직접 영향권에 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은 보완론에 기대를 걸었다.
가능한 정책 수단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첫째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전면 유보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지만, 정권의 부담이 크다. 그게 힘들면 2020년엔 동결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대안이 된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선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나라에선 흔한 일이고, 소상공인 등 취약 업종이나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주휴수당을 건드리는 방법이다. 내년 최저 시급은 8350원, 여기에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주도록 한 주휴수당을 더하면 1만20원으로 ‘1만 원 공약’을 넘어선다. 한국 말고 주휴수당 주는 나라는 대만·터키 정도를 빼면 없다.
막상 홍 부총리가 꺼낸 비장의 카드는 허무했다. 당장 충격파가 닥치는데,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좀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잠깐, 뒤이어 묵직한 한 방으로 기업의 뒤통수를 쳤다. 최저임금 부담 경감은커녕 외려 추가 인건비 폭탄을 탑재한 시행령 개정이다. 주휴수당을 받고 일하지 않는 날을 시급 계산 시엔 근무시간으로 잡아 실 지급분보다 최저임금을 줄인 것이다. 경제계에선 이를 “허상(虛像)의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교묘한 산술로 “추가 부담은 없다”고 강변하지만, 임금을 대폭 올려야 범법자를 면할 사업주들은 폭발 직전이다. 정부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이런 자해성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과연 정상인가.
사실 문 정부의 지난 1년이야말로 허상을 붙들어 온 시간이다. 검증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성장론일 수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해외 석학은 “난센스”라 했고, 국내 원로 경제학자는 “미친 소리”라고까지 했다. 비판에 귀 닫고 최저임금 가속 페달을 밟은 결과 문 정부가 챙기려 했던 임시·일용직, 청년, 소상공인, 경비원 등 취약 계층부터 일터에서 쫓겨나고, 살림은 더 쪼그라들었다. 당황한 정부가 거듭 지원대책을 내면서 수습에 나섰어도, 또 ‘포용성장’으로 바꿔 불러도 달라진 건 없다. 주 52시간제 역시 공장시대의 경직적 근로시간 개념에 갇혀 자승자박한 꼴이다.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4차 산업혁명기에 한국만 과거의 틀에 묶여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고 있다. 카풀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신산업 부문에서도 정부는 기존 산업의 저항에 끌려다니느라 미래로 가는 탑승권을 이미 놓친 형국이다.
탈원전 정책도 원전 위험성을 과장한 영화 한 편이 이 정권 주도세력의 뇌리에 깊이 박히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체코에 가서는 “지난 40년간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60년 적공(積功)의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폐기하려 하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전력 대란을 겪고 탈원전 허구를 깨달은 대만은 국민투표로 되돌렸다. 실체가 잡히지 않은 정책은 뚜렷한 비전도 없다. 대신 이념이란 이름의 유령이 배회한다. 대한민국 산업정책은 시민단체가, 노동정책은 민노총이 짠다는 얘기는 이미 과언일 수 없는 현실이다. 웬만한 나라에서 다 하는 차량공유, 원격진료, 빅데이터 활용도 이념 집단에 속속 무릎 꿇고, 동지적 관계인 이 정권은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이념형 기획이 성공할 수 없음은 사회주의권 몰락에서 확인됐다. 국부를 일으키는 건 야성적 충동이 만들어내는 파괴적 혁신이다.
얼마 전 여권의 싱크탱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선한 의지를 가진 의사인지는 모르지만, 능력은 없는 의사”라는 비판과 함께 ‘제2의 폐족’ 얘기까지 나왔다. 국내 진출 외국인 기업 단체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사이비 성장전략과 노조 떠받들기, 배타적 정의로 저성장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 허상을 버리고 실사구시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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