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벽골제(碧骨堤)는 역사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원래 이름은 연못 지(池)를 써 ‘벽골지’라고 했다. ‘삼국사기’ 신라 흘해왕 21년, 330년의 기록, “처음으로 벽골지를 개착하니 언덕 길이가 1800보다.” 백제 비류왕 때의 일을 신라의 일로 잘못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 것인지는 단정짓기 힘들다. 국경선은 늘 바뀌었으니.
벽골은 이두 표기인 듯하다. 골(骨)은 고을을 뜻하는 이두식 한자 표기로 흔히 쓰인다. 두 한자의 음을 반씩 따서 합치는 반절(反切) 표기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벽골은 ‘별’(벼+ㄹ)이다. 김제(金堤)의 금(金)은 별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말의 뼈를 넣어 둑을 쌓아 벽골이라고 한다는 말은 낭설에 가깝다.
통일신라 원성왕 6년, 790년 대역사를 일으켰다. 삼국사기, “벽골제를 증축하는 데 전주 등 7주의 사람을 징발해 역사를 일으켰다.” ‘작은 연못’ 벽골지는 역사에 남는 저수지로 바뀌었다. 왜 대역사를 일으켰을까. 4년 전, 가뭄은 서라벌을 휩쓸었다. 그해 9월 조 3만3240석을 풀고, 그도 모자라 10월에 또 조 3만3000석을 풀었다.
가뭄과의 전쟁. 물 확보야말로 백성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치수는 권력의 운명까지 갈랐다. 치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저수지가 유난히 많은 안성. 그곳 저수지는 웬만하면 천년이 넘는다고 한다.
금강·영산강의 3개 보(洑) 해체 결정을 둘러싸고 농심이 들끓는다. “가뭄이 들면 결정자는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공주 농민은 보를 지키겠다며 뛰쳐나왔다. 공주시 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합세했다. 아리송한 것은 해체 이유다. “해체 후 40년간 얻을 편익 1230억원, 비용 1140억원.”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이에 근거해 해체하기로 했다. 40년간 90억원, 1년에 2억2500만원이 더 든다고…. 예비타당성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수십조원을 뿌리는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도 세금을 아꼈을까. 그 수치가 맞는지도 의문스럽다. 약 1000억원을 쏟아부은 공주보~예당저수지의 27㎞ 도수로도 흉측한 콘크리트 잔해로 남을 운명이다. 보에 희망을 건 농심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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