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당한 듯 처참.. "진압 15∼30분 늦었다면 전소"
세계일보 2019.04.17. 20:52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노트르담 성당 내부의 일부가 이날 공개됐다. 현장을 취재한 프랑스 공영 AFP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모습은 처참했던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화재로 프랑스는 856년 역사를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지붕 3분의 2가량을 잃었다. 첨탑의 일부였던 성녀 주느비에브와 성인 드니의 유물 일부도 소실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문화재도 손상을 입었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부 차관은 “(화재 진압이) 15∼30분만 늦었더라도 대성당이 전소될 뻔했다”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대형 참사를 막아낸 주역은 프랑스 소방당국이다. 소방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대성당 내부에 진입해 화재 진압 가스 등으로 불길과 싸웠다.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은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현지 소방 전문가에 따르면 프랑스 소방관들은 이런 문화재 화재 진압 방식을 훈련 단계에서부터 배운다. 특히 프랑스는 문화재 화재 시 외부 반출 우선순위를 정해놓은 ‘비상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화재가 분열된 프랑스에서 최상의 능력을 끌어냈다면서 “어젯밤 파리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힘을 모으고 결속하는 능력이었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반정부 시위로 분열된 정국을 딛고 국민적 화합으로 화재의 상처를 극복하자는 호소로 풀이된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3]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불에 타 사라지지 않는다
조선일보 2019.04.18. 03:11"모두의 눈은 성당 위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일 높은 회랑의 꼭대기, 중앙에 보이는 원형의 장미창보다도 더 높은 곳에서 맹렬한 불길이 회오리치는 불똥과 함께 두 종탑 사이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사정없이 불타오르는 화염은 바람에 휘날리며 때때로 한 덩어리의 불꽃이 되어 연기 속에서 날아올랐다."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드 파리' 중에서.
샹송과 센강,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라고 하면 1831년 스물아홉 살의 젊은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이기도 하지만 '노트르담의 꼽추'라고 번역 소개되었던 영화의 앤서니 퀸, 그가 연기했던 콰지모도를 먼저 떠올리는 독자가 더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토록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도 그토록 애틋한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처럼 흉한 모습 속에 그리도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있었을까. 콰지모도는 사랑하는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그녀의 시신을 끌어안고 자신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사람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둘을 떼어놓으려 하자 그의 몸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이 화재로 무너졌다. 성당이 불에 타는 동안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발을 동동 굴렀다. 앞에 소개한 문장은 빅토르 위고가 200여년 후를 내다보고 쓴 것 같지만, 오랜 시간을 견뎌온 성당은 이미 여러 차례 훼손을 경험한 터였다. 그렇게 세월에 마모되고 소실되어 가는 성당을 안타까워하던 위고는 '국민에게 국민적 건축물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취지로 이 소설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번 화재로도 적지 않은 인류의 문화유산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만질 수 있는 것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끝내는 사라져간다. 그러나 인류는 더 귀한 것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콰지모도의 영원한 사랑처럼 우리가 간직해야 할 진정 소중한 보물은 불에 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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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릴 뻔한 노트르담 대성당, 빅토르 위고 글이 살렸는데…
[중앙일보] 2019.04.16 14:00
위고, 프루스트, 프로이트에 강렬한 감동
중세 시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꼽추 콰지모도가 종지기로 일하며 그곳에 산다. 성당 앞 광장에 살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엇갈린 사랑과 음해 때문에 마녀로 오해받고 교수형을 선고받았을 때,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피신시킨 곳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1831년에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이 사랑하는 건축물에 바쳤다. 아예 성당 이름을 제목으로 쓴 것이다. 후에 이 소설은 영어 제목 『노트르담의 꼽추』로 더 유명해졌다.
16일 미국 매체 '쿼츠'(Quartz)는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같은 문학 거장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빅토르 위고였다"고 전했다.
위고는 이 성당의 이름을 제목에 붙일 뿐만 아니라 이 성당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본문에 담았으며, 고딕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특별히 썼다는 것이다.
자레츠키 교수는 "위고에게 건축의 역사는 글쓰기의 역사다. 인쇄기 이전에 인류는 건축을 통해 소통했다"고 말했다. 스톤헨지부터 파르테논 신전까지 건축을 '돌의 책'(books of stone)으로 여겼다는 것. 위고가 이 성당에 대해 지니고 있었던 지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11년 프랑스 무성영화 '파리의 노트르담'을 시작으로 알려진 것만 8편의 영화 또는 만화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대배우 앤서니 퀸이 열연한 '파리의 노트르담'(1956)이다. 우리나라에선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있다. 1998년 초연 이후 프랑스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2005년 초연돼 최단 기간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에도 노트르담은 그 배경으로 역사를 쌓아왔다. 1951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파리의 미국인'에서 진 켈리와 레슬리 캐런도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센 강변의 한 지점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고, 로맨스 영화의 대명사 ‘비포 선셋(Before Sunset)’에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 그린 첫 만남 이후 9년이 지난 뒤, 파리에서 다시 마주한 두 주인공은 서로 오랫동안 간직해 온 기억을 더듬으며 파리를 산책하며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일화 얘기도 나눈다.
제시(에단 호크)가 말한다.
셀린느(줄리 델피)가 “실화야?”라고 묻자 제시는 “몰라, 어쨌든 멋진 얘기지?”라고 답한다.
우디 앨런의 2011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에서도 주인공 길(오웬 윌슨)이 노트르담 성당 뒤 공원에서 미술관 가이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며, '아밀리에'에서는 아밀리에(오드리 토투)의 엄마가 노트르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 깔려 사망했다.
2007년 요리 열정을 가진 파리에 사는 쥐 레미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라타투유'에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당당한 배경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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