쏨뱅이목 도칫과 어류 중에 뚝지라는 이름을 가진 바닷물고기가 있다. 동작이 굼떠서 위험이 닥쳐도 재빨리 피하지 못해서 사람 손에 쉽게 잡힌다. 뚝지의 이칭은 멍텅구리다. 바다를 농장 삼아 살아가는 어민들 사이에서는 뚝지라는 본명보다 멍텅구리라는 별칭이 더 익숙하다. 사람도 더러 멍텅구리가 된다. 사리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 말이다. 그래서 대개는 멍텅구리라는 말이 뚝지라는 물고기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말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는데, 맞춤한 물고기가 있어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1949년 8월 모윤숙과 조연현이 창간한 월간 순수 문예지 ‘문예’에 황순원이 1953년 연재한 소설 ‘카인의 후예’에도 ‘그런 일을 바른대로 말하는 멍텅구리가 어디 있느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는 짓이 어리석거나 둔하고 바보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른 표현이다. 멍텅구리와 비슷한 말 중에 멍청이가 있다.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멍청이나 멍텅구리 앞에 ‘바보’라는 말이 덧붙기도 한다. 화가 치밀어 감정이 실린 채 상대방에게 하는 비어다.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상말이라 함부로 쓸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많이들 사용한다.
지난 20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언급에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사흘 뒤인 23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앞장서서 반일(反日) 감정을 일으켜 국민을 편 가르고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다면서 ‘미련하고 바보 멍청이 짓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멍청’이란 말이 북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매스컴을 타고 있다.
대통령이 3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적장(敵將)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가 하면, 야당 중진 의원으로부터는 ‘바보 멍청이 짓’이라고 ‘지적’받는다. 과거 언제 이처럼 대통령이 상말을 들은 적 있던가. 멀리는 ‘하야’와 ‘독재 타도’, 가깝게는 ‘탄핵’이란 성난 군중의 함성이 멎은 뒤라 그런지 ‘오지랖’과 ‘멍청이’란 말이 유달리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황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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