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사(時事)는 날로 그릇되고 백성들의 기력은 매일 소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권세 있는 간신들이 세도를 부렸을 때보다 심합니다. 간신들이 남겨 놓은 해악 때문에 훌륭한 논의(論議)가 있다 해도 백성들의 힘은 바닥났습니다. 이대로 가면 10년이 못 돼 화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언로(言路)를 넓게 열어 거리낌 없이 의견을 받아들이십시오.”
당시 조선은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으로 나뉘어 허구한 날 당파 싸움을 벌였다. 1591년 함께 일본을 정탐하고 돌아온 서인 황윤길은 ‘일본이 침략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동인 김성일은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조는 집권세력이던 동인의 말을 받아들여 짓고 있던 성조차 축성을 그만두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언제든 ‘묻지마’ 범죄와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미세먼지로 숨 쉴 자유조차 박탈당한 일상의 파괴가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주거·일자리 등 불안정한 민생은 삶의 전반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특히 빅데이터에 드러난 ‘소득주도성장’을 다룬 기사엔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것처럼 시민들은 여전히 일자리와 고용 등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빅데이터는 민심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시민들은 현 정부가 ‘내로남불’로 또 다른 적폐가 되지 않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확히 민심을 읽고 직언과 비판도 거리낌 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나라에 이롭다면 끓는 가마솥에 던져지고 도끼로 목을 잘라도 피하지 않겠다”는 이이의 말처럼 직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민심 그대로 간언할 이가 몇이나 될까. 남아있는 문재인 정부 3년의 성패는 그 숫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후여담>'멍청'과 '오지랖' (0) | 2019.04.26 |
---|---|
<오후여담>'서울 엑소더스' 명암 (0) | 2019.04.23 |
[횡설수설/정임수]스파이 '비자전쟁' (0) | 2019.04.21 |
[안혜리의 시선] 조국 수석님, 고맙습니다 (0) | 2019.04.20 |
[분수대] 엘리트 외교관의 사표 (0) | 2019.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