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 1960년 245만 명에 불과하던 서울 인구가 산업화 바람을 타고 급증했다. 1988년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09년 3월을 기점으로 줄기 시작하면서 2016년 5월 1000만 명 시대가 28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 인구는 2018년 말 기준 977만여 명이다. 이 같은 탈(脫)서울 현상은 인구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울의 인구가 줄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집값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을 빠져나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주거비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 취업난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가속화 등으로 ‘서울 엑소더스(exodus)’ 현상은 계속되고, 갈수록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미세먼지가 싫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적은 지역으로 떠나는 ‘피미(避微)족’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떠난 귀농·귀어·귀촌 인구가 2013년부터 5년간 36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7만2000명꼴이다. 서울 사람들이 농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고령화된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 20∼30대에 귀농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껴 서울을 떠나는 사람 많지만, 취업이 안 돼 농어촌으로 가는 젊은 층도 적지 않아 씁쓸하다. 서울시와 농협 등의 귀농·귀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충분히 준비한 끝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중장년층도 있다. 그러나 귀농·귀촌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철저한 준비 없이 귀농했다가 막상 생계가 어려워 도시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귀농을 강행해 사실상 별거하듯 따로 생활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 10명 가운데 3명꼴로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한다. 그냥 노후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귀농 창업을 위한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도시의 번듯한 일자리는 줄고, 귀농 인구를 신규 취업자로 분류해 일자리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엑소더스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이다.
박현수 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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