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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덫에 中이 걸릴까, 中 '100년 마라톤'이 빛 볼까

바람아님 2019. 6. 16. 09:45

조선비즈 2019.06.15. 12:00


[이코노미조선]

최근 트위터상에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 ‘미국 함정(2018)’이라는 책이 놓여 있는 사진이 공유됐다. 프랑스의 운송·발전 설비 회사 알스톰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프레데릭 피에루치가 자신의 경험담을 쓴 책이다. 그는 2013년 미국 국내법인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 책은 미국이 위협적인 상대를 어떤 방식으로 함정에 빠뜨리는지를 다룬다. 미국의 전략을 중국 입장에서 분석하기에 좋은 책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전략을 분석한 책도 있다. 보수 성향의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 마이클 필스버리가 쓴 ‘백년의 마라톤(2015)’이 그 책이다. 필스버리는 중국이 100년 동안 적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한다. 그는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을 거쳐 현 시진핑까지 100년간에 걸친 마라톤을 통해 중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바로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패권국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예견한 책도 있다.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가 논문으로 쓴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문명의 충돌(1996)’이다. 그는 탈냉전으로 이념 갈등은 사라졌지만, 문명 간 충돌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헌팅턴 교수는 "문명을 구분하는 1차 기준은 종교인데, 특히 기독교 서구문명과 이슬람·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충돌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2017)’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영국과 독일 간 전쟁처럼 신흥세력과 지배세력의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된다고 한다. 앨리슨은 이런 유사한 갈등 관계가 역사적으로 총 16번 있었는데, 그중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중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상황일지 그려낸 소설도 있다. 미래학자 피터 W. 싱어와 전 월스트리트저널 국가안보·방위산업 전문 기자 오거스트 콜의 저서 ‘유령함대(2015)’는 미·중 전쟁의 가상 시나리오를 다룬다. 하와이와 태평양,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주무대로 미국 해군 선장과 중국 장군들, 익명의 해커들과 실리콘밸리 경영진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설이지만 깊은 군사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중국산 통신칩을 통한 해킹으로 미군의 첨단 무기체계가 무력화되는 것, 드론이 효과적인 무기로 활약하는 것 등은 현실에서 미국이 왜 그토록 화웨이를 때리는지, 다음 타깃이 왜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중국의) DJI가 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물리적 전쟁이 요원한 얘기로 느껴진다면 란솅핀 홍콩중문대 국제금융학 교수의 ‘중미전쟁(2010)’을 추천한다. 이 책은 환율, 거품경제, 자동차, 기후 등 글로벌 주요 이슈를 토대로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벌이는 이유와 양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데이비드 샴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미래(2018)’를 통해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중진국 함정 등 중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을 분석한다.

       

김소희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