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노년은 '자기주도적 삶' 영위할 適期

바람아님 2019. 8. 17. 18:55

(조선일보 2019.08.17 최보윤 기자)


나는 내 나이가 ì°¸ 좋다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메리 파이퍼 지음|서유라 옮김티라미수 더북|376쪽|1만6500원


나이 듦에 대한 찬양이라니 '용기'라기 보다는 위선이거나 포기를 내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잃는 게 있으면(젊음) 얻는 것도 있다(지혜)'는 문구를,

연륜이 쌓여갈수록 불행과 고통에 대한 방어벽이 높아지고, 감정적 성숙감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게 된다며 애써 위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자신이 상담해온 수많은 사람과 나눈 속 깊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노년 예찬'보다는 '노년 대비서'에 가깝다.

70세가 된 저자의 주변엔 치매를 앓는 여동생, 각종 암 투병에 힘들어하는 친구들, 은퇴 등으로 사회적 시스템에서

소외된 내담자 등 변화의 진통을 겪는 이들로 수두룩하다.


저자는 피할 수 없는 죽음,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인생에서 슬픔이란 빙빙 도는 계단과 같다'란 문장으로 압축하며

'어떻게' '잘'에 대해 충실하게 파고든다.

죽음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각성제'이고 행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독서 모임이나 애견 돌보기, 블로그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지기 등으로 고립감을 조금씩 떨쳐내는 것이다.

40대까지는 숨돌릴 틈 없는 일상에 시달리지만 그 이후부터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역시 "아직은 걱정할 때가 아냐"를 반복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어갔다.

상처와 상실로 점철된 인생 항로에서 한 번쯤 흔들렸다면

"아프리카 최남단 '폭풍의 곶'의 다른 명칭이 '희망봉'"이라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금 키를 바로 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