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내 안의 혐오를 발견하다 (조선일보 2019.08.17 백수진 기자) 작은마음동호회 소설은 "나는 마음이 작다"는 한 엄마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촛불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는 엄마들은 '작은마음동호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한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 현장을 보고 '그래도 하루에 열두 시간만 근무하면 끝이구나' 같은 생각을 했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우리의 적은 반찬이다, 빨래다'라고 외치고 싶지만 비웃음을 살까 봐 포기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인다. 표제작인 '작은마음동호회'를 비롯해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이형의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같은 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순간, 숨겨왔던 내 안의 혐오와 편견을 발견하는 괴로운 순간을 파고든다. '피클'의 주인공 선우는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한 후배 유정을 의심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유정이 상사와 불륜 관계였고 망상이 심하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그의 말을 믿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선우는 피해자의 편에 서기 위해서 꼭 '객관적인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아이를 갖는 문제로 다투는 레즈비언 커플(승혜와 미오)이나 자궁을 떼어 내고 싶어하는 딸과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마흔셋)처럼 각자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담겼다. 외계의 존재에 납치당하는 남자들이나 여성 로봇들의 반란처럼 소수자의 편에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읽는 내내 작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가 그럼에도 선한 마음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고마워진다. |
[청소년 책] 꾀꼴꾀꼴♪ 꾀꼬리 소리에 선비가 고개를 돌렸어요 간송미술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토토북ㅣ216쪽ㅣ1만5000원 늦봄 말을 타고 길 가던 선비는 '꾀꼴꾀꼴' 소리에 이끌려 말을 세운다. 말고삐 잡고 가던 시동도 고개를 돌려 새 울음을 찾는다. 마침 길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위로 오도카니 마주 앉아 노래를 주고받는 꾀꼬리 한 쌍. 그림에서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그림 '마상청앵'(사진)은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다. '서당' '씨름' 등 민초들 삶의 정경을 화폭으로 담아온 단원은 시(詩)의 정취를 담은 문인화도 빼어나게 그려낸 천재 화가였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곁에서 20년 가까이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해온 저자는 국내 최초 사립 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보존하고 있는 유물들을 책으로 불러모아 초등학생도 소화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고서화와 도자·골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모으는 데 전부를 바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세운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다. 세종대왕 손자의 손자인 이정이 먹물 들인 비단에 금가루를 개어 만든 안료인 금니로 대나무와 매화·난초를 그린 '삼청첩'은 붓 자국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끈하다. 산뜻한 원색을 즐겨 썼던 혜원 신윤복은 붉은색 푸른색 치마를 입고 칼춤 추는 두 여인을 그린 '쌍검대무'에서 우리 옷의 화려한 맵시를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 잘 안다고 대충 봤던 우리 그림 속 한순간을 콕 집어내 두런두런 펼쳐 놓는 가치와 사연이 푸짐하고 생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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