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작은마음동호회 / 간송미술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바람아님 2019. 8. 18. 17:14


 

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내 안의 혐오를 발견하다


(조선일보 2019.08.17 백수진 기자)


작은마음동호회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문학동네|356쪽|1만4500원


소설은 "나는 마음이 작다"는 한 엄마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촛불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는 엄마들은

'작은마음동호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한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 현장을 보고 '그래도 하루에 열두 시간만 근무하면 끝이구나' 같은

생각을 했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우리의 적은 반찬이다, 빨래다'라고 외치고 싶지만

비웃음을 살까 봐 포기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인다.


표제작인 '작은마음동호회'를 비롯해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이형의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같은 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순간, 숨겨왔던 내 안의 혐오와 편견을 발견하는 괴로운 순간을 파고든다.


'피클'의 주인공 선우는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한 후배 유정을 의심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유정이 상사와 불륜 관계였고 망상이 심하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그의 말을 믿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선우는 피해자의 편에 서기 위해서 꼭 '객관적인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아이를 갖는 문제로 다투는 레즈비언 커플(승혜와 미오)이나 자궁을 떼어 내고 싶어하는 딸과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마흔셋)처럼 각자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담겼다.

외계의 존재에 납치당하는 남자들이나 여성 로봇들의 반란처럼 소수자의 편에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읽는 내내 작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가 그럼에도 선한 마음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고마워진다.
 


[청소년 책] 꾀꼴꾀꼴♪ 꾀꼬리 소리에 선비가 고개를 돌렸어요

 
(조선일보 2019.08.17 김경은 기자)


간송미술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간송미술관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김민규 글ㅣ조원희 그림

토토북ㅣ216쪽ㅣ1만5000원


늦봄 말을 타고 길 가던 선비는 '꾀꼴꾀꼴' 소리에 이끌려 말을 세운다.

말고삐 잡고 가던 시동도 고개를 돌려 새 울음을 찾는다.

마침 길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위로 오도카니 마주 앉아 노래를 주고받는 꾀꼬리 한 쌍.

그림에서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그림 '마상청앵'(사진)은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다.

'서당' '씨름' 등 민초들 삶의 정경을 화폭으로 담아온 단원은 시(詩)의 정취를 담은

문인화도 빼어나게 그려낸 천재 화가였다.


'마상청앵''마상청앵'
/간송미술문화재단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곁에서 20년 가까이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해온 저자는 국내 최초 사립 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보존하고 있는 유물들을

책으로 불러모아 초등학생도 소화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고서화와 도자·골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모으는 데

전부를 바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세운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다.


세종대왕 손자의 손자인 이정이 먹물 들인 비단에 금가루를 개어 만든 안료인 금니로

대나무와 매화·난초를 그린 '삼청첩'은 붓 자국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끈하다.

산뜻한 원색을 즐겨 썼던 혜원 신윤복은 붉은색 푸른색 치마를 입고 칼춤 추는 두 여인을

그린 '쌍검대무'에서 우리 옷의 화려한 맵시를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

잘 안다고 대충 봤던 우리 그림 속 한순간을 콕 집어내 두런두런 펼쳐 놓는 가치와

사연이 푸짐하고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