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민심을 거꾸로 돌리려는 음모는 성공한 예가 없다. 주 려왕도 제후인 소목공이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며 언로를 틀 것을 간청했으나 듣지 않고 학정을 계속하다 결국 왕좌에서 쫓겨났다. 순자가 얘기했듯이 임금이 배라면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반대로 뒤집기도 한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3000년 만에 려왕이 환생한 것인가.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당정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피의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대는 모양이지만 검찰 수사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꼼수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의 반칙과 탈법에 인권이라는 양의 탈을 씌우려는 책략일 뿐이다.
소통정부를 표방한 정부라면 국민의 알권리를 옥죄기보다는 소통의 물길을 뚫어주는 게 순리다.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진언한 소목공의 어록을 조용히 되새길 일이다. “냇물을 둑으로 막았다가 무너지면 상하는 사람이 반드시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냇물을 위하는 자는 물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터주고, 백성을 위하는 자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한다. 그렇다면 권력자들이 할 일은 자명하다. 주권자의 뜻을 충실히 받들고 따르는 일이다. 만약 높은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주권자의 의사를 틀어막거나 돌리려 한다면 ‘주권농단(主權壟斷)’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농단의 사전적 의미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과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인 만큼 이보다 확실한 농단이 어디 있는가. 어찌 민심의 물길을 막고 폭군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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