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30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로테르담시의 마켓 홀(Market Hall), 2014년 개장.
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심의 주상 복합 건물 '마켓 홀'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액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말 편자 뭉치를 세워놓은 모습이다.
2004년 중앙정부가 비위생적 여건에서 음식을 팔던 재래 노천 시장 정비를 위해
식품위생법을 개정하자 로테르담 시의회는 도심의 전통시장 부지 재개발에
착수했다. 디자인 공모 요강은 도심 활성화와 식품 안전을 위해 주거용 건물
두 채 사이에 지붕 덮인 시장과 주차장을 경제적으로 조성하라는 것이었다.
부동산 개발사 프로바스트(Provast)와 건축 스튜디오 MVRDV의 합동 디자인팀은
남부 유럽의 지붕 있는 시장들을 답사·연구한 결과 폐쇄된 공간이라 어둡고
지역사회와 교류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디자인팀은 아파트 두 동 윗부분을 구부려 이어 붙여 조성한 아치형 공간 내에
시장과 주차장을 꾸미는 신개념 주상 복합 건물을 제안해 당선됐다.
10만㎡ 터에 세운 건물(높이 40m, 길이 120m)의 지하 2~4층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주차장(1200대 수용), 지하 1~2층은 점포와 식당(450여 곳) 등 상업·서비스 시설, 3~11층은 아파트(228가구)다.
높다란 아치형 천장은 대형 스크린(면적 1만1000㎡)으로 마감하여 쇼핑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고화질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상영한다. 영상이 돋보이도록 진회색으로 칠한 건물 앞뒷면을 유리창으로 마감하여 채광이 잘되고 밖에서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영세 상인들을 위해 건물 밖 광장에서 주 3회(화·토·일) 벼룩시장이 선다.
2014년 10월 개장한 마켓 홀은 매주 15만명(연 800만명)이 찾는 쇼핑과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도심 재개발의
벤치마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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