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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4] 채플린의 세상

바람아님 2019. 11. 19. 16:28

(조선일보 2019.11.07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찰리 채플린. 유명한 실루엣에 흑백과 무성의 영상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20세기 최고의 희극배우이자 역사상 가장 독특한 캐릭터, 모순과 해학의 달인, 그리고 거리예술가들의

영원한 모델이기도 하다. 채플린이 직접 창조한 '부랑자(The Tramp)'는 지금까지도 가장 상징적인 인물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다. 남루한 정장에 모자와 지팡이까지 풀세트로 갖춰진 모습, 신사로서의 예절과 기품을 잃지 않는 자존감,

거기에 착한 마음까지 겸비된 바로 그 이미지다.


'채플린의 세상(Chaplin's World)' 박물관

'채플린의 세상(Chaplin's World)' 박물관


그의 연기는 단지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습을 직관, 회상하고 풍자를 통해 전달했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순간을 포착하는 재주가 있었다.

치밀하게 연구된 섬세한 동작과 표정을 바탕으로 영화 속에 로맨스와 스토리, 드라마를 심어 넣었다.

채플린은 '역사상 최고의 마임 아티스트'라고 불린다.

손과 몸짓, 표정만으로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실현했다.

사람들은 그를 통해 마임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다. 채플린의 인생과 그가 만든 영화는 많이 닮았다.

파란만장한 인생처럼 연기에도 언제나 웃음이 있고 동시에 슬픔이 있었다.

그의 일관된 연기 철학은 '빠르고 짧게, 그리고 재미있게'였다.


채플린은 마지막 25년을 스위스의 브베(Vevey)에서 살았다.

레만 호수가 보이는 아름답고 한적한 대지에 집을 짓고 네 번째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지냈다.

바로 이 장소에 '채플린의 세상(Chaplin's World)'이라는 박물관이 생겼다〈사진〉.

살던 집과 농가에 그의 인생 여정과 작품 세계가 정교한 밀랍인형들과 함께 연출되어 있다.

내부는 우리나라에도 박물관이 있는 135년 전통의 그레방(Grevin)에서 디자인했다.

전시 공간들은 찰리 채플린이라는 배우의 인생과 그의 작품 세계로 관람객을 항해시켜 준다.

채플린을 몰랐던 사람들, 채플린을 알았지만 잘 몰랐던 사람들, 그리고 채플린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 모두를

감동시키고 있다.


"거울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내가 눈물을 흘릴 때 절대 웃지 않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