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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2] 영산도의 우선멈춤

바람아님 2019. 11. 17. 17:26

(조선일보 2019.11.06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쾌속선으로 흑산도까지 달려 다시 배를 갈아타고 10여 분을 더 가야 닿는 작은 섬 영산도.

한때 80여 가구가 살았지만 이젠 20여 가구만 남았다. 초등학생 둘에 선생님 한 분. 폐교가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몇 년 전 국립공원 지역 마을을 대상으로 한 '명품 마을' 사업에 선정돼 주민들이 섬 재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행인지 이후 예약하지 않으면 섬에서 주말에 숙박하기 어렵다.

더 놀라운 변화는 마을 특산품인 미역, 톳, 홍합을 사겠다고 뭍사람들이 채취도 하기 전에 돈을 보내고 예약한다.

무인도가 될까 봐 걱정했는데 이런 사랑을 받을 줄이야.


미역 사진


오래전 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 최성광씨가 미역을 팔러 가는 아주머니 몇 분을 따라 광주 어느 시장에 갔을 때 일이다.

품질로 따지면 전국 어느 미역에 뒤지지 않는 돌미역인데 중개인들이 짜고 한 가닥에 1000원으로 가격을 후려쳤다.

3000~5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파도에 흔들리는 바지선에 몸을 실은 채, 가파른 벼랑 주변 갯바위에서 한 올, 한 올

채취해 만든 미역〈사진〉이다.

그 먼 곳에서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이 이고 지고 왔는데 1000원에 넘겨야 했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 미역이 요즘 1만2000원에 팔린다. 가만히 있어도 주문이 들어온다.

섬에서 하룻밤 지내고 섬 밥상을 받아 본 사람은 미역과 홍합을 사 가고 주문한다.

주민들도 미역 채취 시기 조절, 작은 홍합 채취 금지 등으로 답하고 있다.

여행은 '깨끗하고, 맛 좋고,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지역 특산물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다.


오롯이 파도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작은 섬마을. 섬 길을 걷고 주민들이 차려준 섬 밥상을 맛보는 것이 전부인 곳이다.

올겨울엔 이마저 잠시 중단된다. 주민들이 영산도를 사랑해 주신 탐방객들에게 더 나은 섬과 섬마을을 보여주기 위해

몇 달간 재충전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후 영산도는 여행객에게 '일회용 사용 금지' '쓰레기 가져가기' 등

더 많은 요구를 할지도 모른다. 눈앞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우선멈춤'을 고려하는 영산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영산도 명품마을 홈페이지 http://www.yeongsand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