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02.05. 20:03
기발한 아이디어 쏟아진 항공 인테리어 디자인 공모전
의자가 분리된다. 승객이 책을 보거나 밥을 먹을 때는 일반 좌석처럼 쓴다. 잠을 자거나 드러누워 쉬고 싶을 때 등받이를 살짝 젖히면 좌석이 천장으로 두둥실 떠오르며 쫙 펴진다. 이렇게 좌석을 배치하면 일반석(이코노미석)과 동일한 바닥 면적을 차지하면서도 승객이 몸을 펼 수 있는 공간은 더 커진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 ‘긴 의자(Chaise longue)’다.
장거리 비행 최대의 적은 비좁은 비행기 좌석 공간. 제 아무리 불평이 이어져도 수익성을 따지는 비행사들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열린 항공 인테리어 디자인 공모전 ‘크리스털 캐빈 어워드(The Crystal Cabin AwardㆍCCA)’에 출품된 아이디어는 하나같이 공간 활용에 집중했다.
델프트 공대팀은 ‘긴 의자’와 함께 ‘벌집 침대’를 선보였다. 비행기 좌석 위 상부공간에다 누워지낼 수 있는 공간을 벌집처럼 만든 것. 승객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그 공간 안엔 디지털기기를 넣어 뒀다. 항공기 좌석 제조사인 애디언트 에어로스페이스사도 맨 앞자리 승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간이침대를 디자인했다. 앞쪽 벽에 접이식 받침대를 부착해 좌석과 연결하면 침대처럼 넓게 쓸 수 있다.
좌석의 위치를 바꿔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 단체 승객일 경우 등받이를 돌릴 수 있거나, 좌석을 세로로 연결해 테이블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도 화두였다. 좌석 위에다 헬멧 같은 덮개를 붙여 옆 사람의 시선 등을 차단하면서 숙면을 돕는 ‘헬멧 좌석’이 대표적이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좌석에 바이러스를 방지해주는 신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스스로 없애주는 이 소재를 좌석 전체에 붙이면 관리하기가 편하면서 동시에 위생적이다.
작은 창문을 개선할 방법도 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예술대 학생들이 디자인한 ‘디지털 창문’은 창문 자리에 큰 액정을 부착해 외부 카메라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된 이미지를 활용해 실제 창문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장애인 승객을 위한 디자인도 참고할 만하다. 휠체어를 탄 채로 객실 좌석까지 이동해 좌석에 부착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청기 기능을 갖춘 좌석도 있다.
2007년 시작된 CCA는 국제 유일 항공 인테리어 디자인전이다. 최종 수상작은 다음달 31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발표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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