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트랙터 안장으로 의자를! 디자인이란 지루한 삶에 위트를 주는 것

바람아님 2020. 1. 31. 20:28

(조선일보 2020.01.31 채민기 기자)


[카스틸리오니展]
'디자인계의 뒤샹'이라 불린 거장
자전거 부품 등 기성품 재조합해 파격과 실용 겸비한 디자인 추구
대표작 100여점, 한국 첫 회고전


이 의자, 진짜 앉을 수 있을까. C자(字)로 굽은 외다리 위에 트랙터 안장. 다리와 안장을 연결하는 나사는 자전거 부품이다.

이탈리아 건축·디자인 거장 아킬레 카스틸리오니(1918~2002)의 1957년작 '메차드로'(이탈리아어로 '소작농'이란 뜻)다.

기성품을 재조합해 기존의 고루한 디자인을 비튼 이 작품은 가게에서 사온 변기를 전시회장에 내놓고 현대미술의

개념을 뒤흔들었던 마르셀 뒤샹의 '샘'을 연상시킨다.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카스틸리오니 전시를 기획했던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실제로

"디자인이 보편적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카스틸리오니의 영향력을 뒤샹에 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①익살스럽게 한쪽 눈을 가린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②천장 조명 효과를 내는 '아르코' 램프.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했다.

③벽에 걸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 '쿠마노'. ④자전거 안장을 이용해 흔들의자처럼 디자인한 '셀라'.

⑤1968년 출시 이래 1500만개 이상 팔려나간 '롬피트라타' 스위치. ⑥전선을 감기 좋게끔 필름 릴(얼레)을 받침대로 사용한

'람파디나' 탁상 램프. 전구의 일부분을 불투명하게 한 것은 눈이 부시지 않게 한 배려다.

/J.B.Mondino, Zoe Ghertner, Zanotta, Flos, MessMassage


20세기 디자인사를 장식한 메차드로를 비롯, 카스틸리오니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 4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카스틸리오니가 평생 창작의 동력으로 삼았던 호기심과 관찰력,

넘치는 위트와 만나는 자리다. 밀라노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카스틸리오니는 1944년 역시 디자이너였던

큰형 리비오, 작은형 피에르 자코모와 함께 건축 사무소를 차렸다.

메차드로를 비롯한 카스틸리오니의 대표작 상당수는 피에르 자코모와 공동 작업한 작품이다.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은 파격적이면서도 실용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했다.

위생도기로서 실용적 의미를 상실한 뒤샹의 변기와 달리 메차드로는 대량생산됐고, 철제 다리에 약간의 탄성이 있어

보기보다 편한 의자로도 유명하다. 일본 논픽션 작가 니시카와 다카아키는 저서 '명작 의자 유래 사전'에서

가장 평범한 사물의 조합으로 걸작을 완성한 관찰력을 언급하며 "스포츠카가 아니라 트랙터라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했다.


트랙터 안장으로 만든 카스틸리오니의 대표작 '메차드로' 의자. 트랙터 안장으로 만든 카스틸리오니의 대표작

'메차드로' 의자. 균형을 잡아주는 목재 가름대는

소의 멍에를 닮았다. /Zanotta


전시는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 철학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역시 외다리 의자인 '셀라'(사진 4)는 자전거 안장을

좌석으로 하고 바닥에 닿는 부분은 둥글게 처리해

앉으면 이리저리 흔들린다.

카스틸리오니는 이 의자를 자신의 집 전화기 앞에 뒀다.

훗날 "아내에겐 불편한 의자였고, 아내의 통화 시간이 줄어

전화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카스틸리오니는 익숙한 물건을 재탄생시키는 리디자인

(redesign)에도 능했다. '쿠마노' 테이블(사진 3)이 대표적이다.

지중해 노천 카페 어디에나 있는 둥근 테이블을 접이식으로

 새로 디자인했다. 상판 귀퉁이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접은 상태로 장식품처럼 벽에 걸 수도 있다.

또한 카스틸리오니는 디자이너가 작가적 자아(自我)를

앞세우기보다 익명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값보다 쓰임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잘 구현된 작품이 '롬피트라타' 스위치(사진 5)다.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출시 이후 1500만개 이상 팔린 이 물건은

전기 제품용 스위치의 원형처럼 각인됐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방을 장식했던

'아르코' 램프(사진 2), 스누피를 닮은 '스누피' 탁상 조명 등의 대표작들도 전시에 나왔다.


전시장 한쪽 벽 전체를 채운 한 장의 흑백 사진을 한참 바라보게 된다.

1980년대 디자인회사 알레시 작업장에서 찍은 사진 속에서 작업복 차림의 카스틸리오니는 알레시 창업자의 손자

알베르토 알레시, 1990년 프리츠커상을 받는 건축가 알도 로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엔조 마리와 함께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월간디자인 전은경 편집장은

"바우하우스 마이스터 군단 사진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이탈리아 산업디자인 마피아 총출동"이라고 했다.

동료 디자이너들과 폭넓게 교류했던 카스틸리오니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국(自國) 디자이너들과

제조사의 협력을 통해 세계 무대를 선도해온 이탈리아 산업디자인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특별전 ]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기간 - 2020.01.17. (금) ~ 2020.04.26. (일)
시간 - 10:00 ~ 19:00
장소 -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주최 - ㈜프로젝트콜렉티브, 카스틸리오니 재단
요금 - 일반 (만 19세 이상)        : 15,000원
          청소년(만 13세~18세)    : 12,000원
          어린이(36개월~만 12세) : 8,000원


홈페이지 : https://acmasterdesign.modoo.at/






<예술의 전당에서 같이 볼 수 있는 전시>


 <추사 김정희와 청조(淸朝) 문인의 대화>


추사 김정희의 명품 서예작품과 그 시대 교유했던

청조 문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는 전시



전시기간 : 2020.01.18 - 03.15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허윤희 기자의 고색창연] 글씨를 넘어선 그림… 추사는 현대 미술의 시작이다
(조선일보 2020.01.29 허윤희 기자)
中서 30만명이 찾은 추사展,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개막
"글자·획 해체해 재구성한 파격… 20세기 현대 추상 미술과 직통"
http://blog.daum.net/jeongsimkim/39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