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2.15)
정세균 국무총리가 우한 코로나 사태 관련 민생 행보 일환으로 서울 신촌의 식당을 방문해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 "그동안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지"라고 말했다.
주인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굳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동영상에 찍혔다.
파문이 커지자 정 총리 측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 말이 사실일 것이다.
세상에 악의를 갖고 이런 말을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다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쳐 빈사 상태에 놓인 상인들의 심정을 자기 일처럼 절실하게 느끼는
정책 당국자라면 농담이라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가자 상인들은 "살려주세요"라는 아우성을 쏟아냈다.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영남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골목에서 만난 시민들이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선거가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것이 경제 현장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경제가 좋아지고 있었는데 1월 24일 이후로 뚝 떨어졌다"고
우한 폐렴 핑계만 대고 있다. 경제가 어느 날 뚝 떨어지는 것이 어디 있는가.
민생고를 가중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렇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억지를 부리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과 멀어지게 된다.
인지상정이다. 정 총리의 어이없는 실언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 아닌가.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朝鮮칼럼 The Column]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비켜가는 미국 (0) | 2020.02.18 |
---|---|
[시론] 核전쟁에 대비하는 미국과 너무 다른 한국 (0) | 2020.02.17 |
[배영대 曰] 권력 잡고 나면 싫어지는 것 (0) | 2020.02.16 |
[글로벌 인터뷰] "어떤 국가도 재분배만으로 번영을 누린 사례는 없다" (0) | 2020.02.15 |
[김기철의 시대탐문] 반공만 외치면 보수냐, 약자 눈으로 세상을 보라 (0) | 2020.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