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숨은 감염자'

바람아님 2020. 4. 25. 22:05

(조선일보 2020.04.25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베네치아 근처의 보(Vo)라는 소도시는 이탈리아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곳이다.

파두아 대학 연구팀이 지난달 6일 증상이 있건 없건 전 시민 3300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했다.

감염자가 89명 나왔고 전원 격리 조치됐다.

9일 뒤 재검에서는 여섯 명이 여전히 바이러스를 보유한 걸로 확인됐다.

보(Vo)에선 이렇게 '숨은 감염자'까지 다 찾아내 코로나를 종식시켰다.


보(Vo)의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검사 시점에 무증상자였다고 한다.

사스나 메르스는 유증상자라야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증상 있는 사람만 격리하면 통제가 가능하다.

코로나는 본인도 감염 사실을 모르는 무증상자들이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를 석 달 만에 270만명으로 증가시킨 무서운 전파력은 이런 숨은 감염자들 때문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미국 뉴욕주에서 항체 검사 결과 13.9%가 코로나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식료품점 등을 찾은 사람 중 희망자 3000명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했다.

항체 형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됐다는 뜻이다.

항체는 감염 뒤 며칠 지나야 형성되고 바이러스가 사라진 다음에도 상당 기간 유지된다.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진단 검사와는 다른 방식이다.

뉴욕주의 24일 현재 확진자는 26만명이다.

항체 검사 결과를 전체 인구(2000만명)에 대비하면 실제 감염자는 270만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달 초엔 미국 서부 샌타클래라와 LA에서 956명, 863명 대상 항체 검사에서 각각 4.16%, 5.6%의 양성 판정이 나왔다.

LA의 경우 감염자가 조사 시점 확진자(8000명)의 50배 이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부분 무증상, 또는 경증(輕症) 감염자일 것이다. 코로나가 이미 엄청나게 퍼져 있다는 정황이 된다.

조사한 스탠퍼드 연구팀 관계자는 "실제 치사율은 알려진 것보다 극히 낮다는 것이어서 생각만큼 공포의 질병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고 했다. 항체 검사는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는

"코로나는 은밀히 침투해 독(毒)을 뿌리는 닌자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인체 침투 후 상당히 증식한 다음 갑자기 폭풍처럼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증상 발현 직전과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고약한 놈이기도 하다.

항체 검사로 코로나의 전파 범위를 가늠한 다음이라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느 강도로 유지할지

과학적인 결론을 낼 수 있다.

우리도 서둘러 항체 검사를 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4/20200424041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