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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28] 중상모략의 뿌리 &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바람아님 2020. 4. 29. 19:53


[이한우의 간신열전] [28] 중상모략의 뿌리


(조선일보 2020.04.21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시경(詩經)'에는 간사한 자들이 음으로 양으로 결탁해 선량한 신하를 해치는 모해(謀害)를

탄식하는 시가 많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도(公道)를 내팽개치고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는 자가 끊이질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여권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나 열린민주당의 최강욱·황희석 등

몇몇 인사의 '윤석열 때리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시 중에서도 특히 '교언(巧言)'이라는

제목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2장이다.


"난(亂)이 처음 생겨나는 까닭은/ 불신의 실마리를 받아주기 때문이라네.

난이 거듭해서 생겨나는 까닭은/ 군자가 중상모략을 믿어주기 때문이라네.

군자가 만일 중상모략을 듣고서 화를 낸다면/ 난이 혹시라도 빨리 그칠 것이고,

군자가 만일 바른말을 듣고서 기뻐한다면/ 난이 혹시라도 빨리 그칠 것이리라."


이때 군자란 임금이다. 여기에는 중상모략이 생겨나는 이유와 그것을 끊어내는 처방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마도 이런 처방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었나 보다. 이어지는 3장이다.


"군자가 (난을 끝내지는 않고) 자꾸 헛된 약속을 하는지라/ 난이 더욱 조장되고,

군자가 이 도둑놈 같은 모략꾼을 믿는지라/ 난이 이로 인해 더욱 심해지며,

게다가 이 모략꾼의 말[盜言]을 매우 달게 여기니/ 난은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되도다.

(저 모략꾼들) 자기 맡은 일은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왕을 병들게 할 뿐이로다."


여기서는 결국 임금이 난의 책임자임을 분명히 하고 마지막에는 그 같은 모략꾼들이 결국은 왕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왕을 병들게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마지막 장을 이렇게 끝맺고 있다.


"원래 좋은 말, 바른말은 입에서 나오건만/

사람을 쉽게 현혹시키는 생황(笙簧·피리) 같은 교언은 두꺼운 낯짝[顔之厚]에서 나오는구나!"


지난해 가을부터 '조국 수호'를 외쳐대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교언과 두꺼운 낯짝이라 하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1/2020042104466.html 


[이한우의 간신열전]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조선일보 2020.04.29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후한(後漢)의 은둔 학자 왕부(王符)가 지은 '잠부론(潛夫論)' 현난(賢難·뛰어난 이는 어려움을 겪는다)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냥꾼이 사슴 사냥을 하고 있었고 인근에서는 돼지를 몰던 무리가 있었다.

사냥꾼은 사슴을 쫓느라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돼지를 몰던 무리는 사냥꾼의 소리를 듣고서 자신들도 크게 화답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냥꾼이 저쪽 무리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귀한 사냥감을 쫓는 것이라 여겨

사슴 사냥을 중단하고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서 매복했다.

잠시 후에 석회 가루를 뒤집어쓴 돼지가 자기 앞에 달려오자 진귀한 동물이라 여기고 이를 잡아다가

집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길렀다. 얼마 후 비가 내려 석회 가루가 씻겨나가자 일반 돼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왕부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사냥꾼의 잘못은 '소리만을 쫓아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상은 살피려 하지 않은 채 거짓된 정의[虛義]를 설정해놓고 패거리만 모아서 그것을 진실인 양 믿으려 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인사를 책임진 자들이 선비를 뽑는 것을 보면 마치 그 사냥꾼이 사냥하는 것과

닮았다고 비꼬았다. 이런 일은 왕부가 살던 시대 이전부터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일견폐형 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 즉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온갖 개들이 그 소리를 듣고서 짖어댄다는 속담을 인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특정 세력이 목청을 높이는 '검찰 개혁'이니 '언론 개혁'이니 하는 것들도 실상을 살펴보면

허의(虛義)에 가깝다. 민생이나 국민 전체의 의견과는 무관한 자기 파당만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인이 너무도 당당하게 '검찰권 남용' 운운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림자라도 보고서 짖는 한 마리 개라기보다는 그 소리를 듣고 짖어대는

온갖 개들 중 한 마리의 외침으로 들릴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8/20200428037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