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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1] 목에 둘렀던 스카프가 0.1초만에 에어백 변신

바람아님 2014. 2. 2. 21:02

(출처-조선일보 2012.05.28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평소에는 스카프처럼 목에 두르는 패션 액세서리지만, 사고가 나면 에어백같이 부풀어 올라 머리와 목을 감싸 줄 수 있다면…." 2005년 스웨덴 룬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석사학위 논문 연구를 함께 진행하던 안나와 테레세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에어백 헬멧'을 착상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타는 사람 중 70% 정도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데, 이유는 "헤어스타일을 망친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차갑다" "불편하다" 등 다양하다. 
더 큰 문제는 설사 헬멧을 썼어도 보호되는 범위가 좁아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 쉽다는 것이다.

"자전거 탑승자용 에어백 헬멧" 안네와 테레세 디자인, 2011년, 무게 680g. 
평상시에는 스카프처럼 목 둘레에 걸쳐져 있다가(왼쪽 사진), 
사고가 나면 0.1초 이내에 자동으로 부풀어 올라 머리와 목을 감싸 보호해 준다.
마침 그 무렵부터 스웨덴 정부도 자전거 타는 사람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여 이들의 연구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들은 2006년 스웨덴 벤처 컵 수상을 계기로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회브딩(Hovding)'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제품화를 본격 추진했다. 에어백 헬멧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전거 사고 사례들을 분석하였고, 
스턴트맨들과 협조하여 사고 장면을 재현하여 유용한 정보를 획득했다. 
위급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단 0.1초 내에 부푸는 센서와 에어백 등의 개발에는 
스웨덴 국립도로교통연구소 등과 긴밀히 협력했다. 
에어백의 외피는 천으로 만들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패션과 어울리는 색상과 패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백 헬멧은 덴마크 왕실이 수여하는 '2011 인덱스상(INDEX Award)'을 수상하여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11월에 공식 출시되었으며, 400유로(약 60만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애호가들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3세 미만 어린이의 자전거 주행 때 헬멧 착용이 의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제품이 수입될 경우 헬멧 대신 착용하는 게 적법한지는 따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