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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6] 민들레와 만들래

바람아님 2022. 6. 16. 07:01

조선일보 2022. 06. 15. 03:02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깃털이 반만 남은 공작이 점잔 빼며 잔디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는 그 얼빠진 자가수분 꽃, 민들레 같은 것을 떠올렸다. 민들레는 씨를 만드는 데 수분이 필요 없었다. 그 화려한 노란 꽃잎은 그저 시간 낭비, 허세, 가장일 뿐이었다. 생물학자들이 쓰는 용어가 뭐였더라. 무성생식. 민들레는 무성생식이었다.

- 로알드 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중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민들레’라는 모임을 조직했다. ‘민심을 들어 볼래’의 뜻이라고 한다. 순수 공부모임이라고도 하고 친윤(親尹) 세력의 결집이라는 말도 있다. 산적한 나랏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 따로 모임을 만들어 모일 필요는 무엇일까. 그 모임이 아니면 민심을 들을 수 없고, 최고 권력자에게 민심을 전달할 길이 없을까.

 

바람을 피우고 있던 소설 속 빅스비 부인의 눈에 남편은 민들레다. 그녀에게 남편은 매력이 하나도 없는 남자다. 허세를 부려봐야 깃털 빠진 늙은 공작새, 자가수분하는 민들레에 불과했다. 그와 비교해서 대령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물론 그녀의 착각이다. 민들레는 무성생식하는 식물이 아니고 남편에게도 근사한 애인이 있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615030258062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6] 민들레와 만들래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6] 민들레와 만들래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깃털이 반만 남은 공작이 점잔 빼며 잔디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는 그 얼빠진 자가수분 꽃, 민들레 같은 것을 떠올렸다. 민들레는 씨를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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