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8. 26. 00:06
농부는 이른 아침부터 장에 갈 채비를 했다. 그동안 가족처럼 지내온 정든 소를 팔러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괜히 헛기침하며 중절모까지 찾아 쓰고 돋보기와 우산까지 챙기고도 선뜻 집을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10리 길은 족히 걸어야 할 판이니 다시 소를 몰고 집에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 다행히 제값을 받고 소를 넘겨주었다. 이별을 아는지 슬픈 눈을 하고 서 있는 소를 애써 등지고 소 판 돈을 챙기고 있는 농부. 돈다발을 양말 속에 넣고 대님을 묶으면 은행금고처럼 안전하다. 물론 오늘 같은 날은 막걸리 한 잔도 입에 대지 않고 쏜살같이 귀가해야 한다. 큰아이 대학 등록금을 낼 귀한 돈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우시장에서 정든 소 고삐를 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린 아들을 두고 가시며 애잔했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https://v.daum.net/v/20230826000621451
[사진의 기억] 대학 등록금이 되어준 ‘소 판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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