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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 카르텔의 수상한 커리큘럼

바람아님 2023. 9. 15. 04:32

조선일보 2023. 9. 15. 03:02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11년 전 ‘KBS스페셜 정율성 편’ 심의 경험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물 조명에 놀라
숨어서 국가 흔드는 ‘교육 카르텔’ 곳곳 성업 중
우리는 이승만도 홍범도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어
일단 정치부터 떼어놓고 근·현대사 교육 새로 해야

내가 ‘정율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KBS스페셜 정율성 편’을 심의할 때다.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정율성이라는 인물을 KBS가 정성 들여 조명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 음악가를 다룬 프로그램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항일이냐 반공이냐를 놓고 경중을 따질 때는 더욱 그랬다. 아무튼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며 거의 2년이나 심의를 보류하고 지지부진하다가 임기가 끝났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이의 날 선 이념 논쟁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율성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 건 교과서에 한 줄 언급되지도 않고, 그의 음악을 들은 국민이 거의 전무하며, 한국에서 살지도 않고 유족도 없는 그가 여지껏 현재진행형으로 펄떡거리고 살아있는, 그 엄청난 생명력이었다.

1956년 중국에 귀화해 ‘정뤼성’으로 살다 죽은 그를 대체 누가 어떤 교실에서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고 설파했을까. 누군가는 가르치고, 누군가는 설득되었으며, 누군가는 앞장서서 각종 사업에 세금이 흘러가도록 물길을 터주었기에 저 수많은 사업이 가능했던 게 아닌가. 이쯤 되니 11년 전 심의했던 KBS스페셜이 어느 제작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한 ‘점(點)’이 아니라, 이 땅에 거대한 서사 구조를 이루며 집요하게 설득하는 집단적 ‘선(線)’의 일부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잡초 무성한 시골길 같은 우리나라 현대사 교육을 뿌리부터 다시 점검하고, 경부고속도로 닦듯, 교육의 고속도로를 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https://v.daum.net/v/20230915030258812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 카르텔의 수상한 커리큘럼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 카르텔의 수상한 커리큘럼

내가 ‘정율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KBS스페셜 정율성 편’을 심의할 때다.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정율성이라는 인물을 KBS가 정성 들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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