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김한수의 오마이갓]한 송이 종이꽃 피우는 데에도 1년 정성이 필요하다

바람아님 2023. 10. 11. 01:30

조선일보 2023. 10. 11. 00:11

진관사 지화장엄연구소 19일까지 특별전

“종이로 만든 지화(紙花)도 시간이 지나면 시드는 거 아세요?”

지난 5일 진관사의 지화 전시회 ‘자비의 향기, 꽃으로 피어나다’ 개막식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종이로 만든 꽃도 시간이 지나면서 습도 등의 영향을 받아 눅눅해지고, 쭈글쭈글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진관사 입구 한문화체험관에서 19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보러 가면서 ‘AI시대에 사람이 손으로 종이를 접어서 꽃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습니다. 1년 내내, 한겨울에도 생화(生花)가 나오는 시대, 3D프린터로 못 만드는 게 없는 시대, 플라스틱 조화(造花)를 진짜 꽃처럼 만드는 시대 아닙니까. 종이꽃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생화나 플라스틱 조화보다는 덜 생생할텐데, 이런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막상 눈으로 보고나니 생화, 조화와는 다른 지화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그 세계는 한 마디로 ‘스토리’였습니다. 우선 정성이었습니다. 진관사의 지화는 수륙재(水陸齋)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륙재는 불교에서 물과 육지, 즉 세상을 헤매는 영혼을 위로하는 의식입니다. 진관사는 조선 건국 초기부터 태조 이성계의 명에 따라 국행수륙재를 지내온 사찰입니다. 당시로서는 귀한 종이를 행사 때마다 왕실에서 1000장씩 받았다고 합니다. 진관사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요. 진관사 수륙재는 올해도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일요일에 열리고 있습니다.

진관사지화장엄연구소장 도운 스님은 “의식을 마친 다음 지화는 소(焼), 즉 태운다”며 “정성을 들여 만든 지화를 태워서 청정함으로 돌아가는 순간,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를 보니 1년 내내 만든 작품을 태워서 무(無)로 돌려보내는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이 됐습니다. 이날은 전시 개막 때 테이프도 염색한 한지였습니다. 참석자들은 가위 없이 손으로 한지를 끊어 ‘커팅’했습니다.


https://v.daum.net/v/20231011001122055
[김한수의 오마이갓]한 송이 종이꽃 피우는 데에도 1년 정성이 필요하다

 

[김한수의 오마이갓]한 송이 종이꽃 피우는 데에도 1년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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